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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참여하는 도정일 경희대 교수
[인터뷰]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참여하는 도정일 경희대 교수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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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5 18:15:08

“도서관 정보화 사업에 정부가 3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연간 도서구입비는 2백억원 가량에 불과합니다. 심각한 불균형이죠. 정작 문제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로 하여금 책은 ‘정보화시대’에 더 이상 필요없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호도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볼 때 그 3천억원은 분명 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 분기탱천한 목소리들을 모아서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이하 ‘책읽는사회’)을 벌이고 있는 도정일 경희대 교수(영어영문학과)의 말이다. 문화와 교육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8개 교육집단, 저술집단, 문화단체로 구성된 ‘책읽는사회’는, 가을 한철 으레 ‘마음의 양식’을 권면하는 흔하고 방만한 캠페인이 아니다. ‘독서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내부고발이다.

도서관에 가도 읽을 책이 없다는 불만은 언제나 제기되어 왔다. 실제 한국의 공공도서관의 1인당 장서수는 0.47권으로 미국의 2.59권과 일본의 2.19권에 비하기가 민망한 실정이다. 이 빈약한 장서문제를 고심 끝에 ‘정보의 바다’ 인터넷으로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탕주의에 다름아닌 것이다. 도 교수는 인터넷이나 정보전산화로 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로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갈한다. “가장 창조적인 지식, 새로운 연구저작물, 값진 정신적 노작들은 인터넷에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여전히 책의 형태로, 저널로, 인쇄물로 제공되고, 전산화될 경우에도 그 콘텐츠는 비싼 값을 물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접근 가능한 텍스트란 주로 저작권이 해소된 고전들이지 새로운 저작물이 아닙니다. 세계 선진국 도서관들은 여전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책과 저널을 구입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하면 무슨 정보든지 공짜로 퍼올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환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기실 도서관 장서확충과 디지털 도서관의 허실에 대한 논의는 ‘책읽는사회’가 처음으로 제기한 문제는 아니다. 김정근 부산대 교수(문헌정보학과)가 지난 1995년부터 ‘한국의 대학도서관 무엇이 문제인가’(1995, 한울 刊)와 ‘디지털 도서관 꿈인가 광기인가 현실인가’(1997, 민음사 刊)등의 저서를 통해서 성토했던 바이기도 하다.

도 교수는 우리 사회의 생리상 한두사람의 고성으로는 문제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무 일도 안됩니다. 연합군, 종합편대를 만들어 전면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책읽는사회’가 도서관 콘텐츠 확충을 요구하는 1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과, 그닥 관련없어 보이는 단체들도 뜻을 함께 하도록 만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운동의 출발은 축복할 일이지만, 정부에 도서관 장서확충 예산증대를 요구하고 관철시키는 간단명료한 대안은 피상에 그칠 뿐이다. ‘책읽는사회’는 멀리 내다보고 있다. 우리사회의 근본을 점검하고, 변혁의 의제를 만들어보자는 실로 끝을 보장할 수 없는 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그 첫걸음이 도서관 콘텐츠 예산 대폭 증액, 도서관 운영시스템 정비, 관련 법규 개혁, 연구지원 시스템 정비·개선 등일 뿐. ‘책읽는사회’가 꿈꾸는 사회란 아마 이런 기본적인 제안을 1백만인이 아니라 단 한사람이 했을 때도 수용되는 곳일 것이다.

‘책읽는사회’는 지난 4월 23일 발대식을 가졌고 지금은 6월 2일에 있을 정식출범을 준비중이다. 출범식을 함께 하는 단체는 현재 문화연대(대표 도정일),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나춘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 한국도서관협회(회장 이두영), 학교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상임대표 한상완),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이수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회장 최갑수) 등이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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