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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수는 학생의 ‘학습 능력 근육’에 주목한다”
“미래 교수는 학생의 ‘학습 능력 근육’에 주목한다”
  • 정민기
  • 승인 2021.06.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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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 ‘고등교육의 미래’ 포럼 ② ‘피아노 교수법’에서 비대면 강의 노하우를 찾다
사진=크로니클
사진=크로니클

미국의 고등교육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은 4월 20일부터 이틀간 ‘고등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 첫 번째 날에는 <크로니클>의 베테랑 기자 블루멘스티크가 두 명의 고등교육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수신문>은 지난 주에 크라우 아리조나대 총장 인터뷰에 이어, 이번 주에는 안토니오 보웬 미국 가우처대 총장 인터뷰를 소개한다. 

보웬 미국 가우처대 총장은 미국에서 교육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2012년에 과학기술을 대학 교육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다룬 책 『벌거벗은 교수법』(Teaching Naked)을 출간했고 지난해 4월 TED에서 ‘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보웬 총장은 스탠포드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에서 전공을 바꿔 인문학과 작곡을 공부했다. 

그는 피아노 교습에서 학생 스스로 연습하는 것을 도와주고 스스로 자신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 비대면 강의에서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말했다. 아래 질문과 답변은 <크로니클> 인터뷰 전체를 재구성해 편집했다. 

△ 음대 교수법이 유용하다고 했다 
“피아노 레슨은 일반적인 수업과 조금 다른 관점을 취합니다. 대부분의 음대 교수들은 ‘연습 과정’을 디자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왜냐면 학생들이 교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에 한 시간 반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학생들 스스로 연습하는 시간은 훨씬 많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스스로 언제쯤 공연을 할 준비가 됐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 교수는 적절한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 코로나 상황에서 이러한 교수법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코로나 이후 우리는 어떤 점에서 피아노 선생님과 같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캠퍼스에서 얼굴을 맞대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학생들 개개인의 방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학생들은 홀로 남겨졌습니다. 그래서 교수들은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교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잘 하고 있을까? 학생들이 홀로 학습한 것에 어떻게 피드백을 줘야 할까?’ 피아노 선생님들이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이 바로 이런 고민들입니다.”

△ 고등교육이 원래로 돌아갔을 때 리스크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학생들도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79% 학생들은 코로나19가 끝나도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옵션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답했죠. 더 놀라운 점은 37%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에서 교수와 1대1로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내 주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줌(ZOOM)의 채팅 기능이 훌륭하다고 답했습니다. 교실 수업 때는 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이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 루저(loser)가 될 것입니다. 학생들은 뭔가 다르고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고품질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습니다. 대학은 비록 처음에는 소수일지언정 이런 사이트에 학생을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느낀 점이 있다면
“먼저 줌(ZOOM)이 얼마나 피로도를 높이는지 알았습니다. 자기 얼굴이 나오는 화상 채팅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또 학생들이 이해를 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구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른 경로들을 찾아 실험했습니다. 예를 들면 수업이 시작하기 훨씬 전에 로그인해서 수업이 끝나고 한참 후에 로그아웃했습니다. 마치 실제 강의실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처럼 온라인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힘든 구석이 분명 있어요.”

△ 지난 한 해 동안 대학의 교육 센터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맞습니다. 역사상 지난해만큼 비대면 강의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죠. 그 영향으로 우리는 오랫동안 유지된 전통적인 방식을 허물었습니다. 이를테면 온라인 강의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대학과 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하게 됐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관성이 있기 때문이죠. 원래 하던 방식이 더 편한 겁니다. 우리는 이 관성과 싸워야 해요. 그리고 좀 더 학생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서슴 없이 전화를 걸어서 “어제 수업 시간에 기분이 안 좋아보이던데 무슨 일 있는건 아니죠?”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교수가 학생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하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 학기 직접 해본 결과, 학생들은 이런 소통을 매우 좋아하고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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