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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면과 마주하기
세계의 이면과 마주하기
  • 김태원 영남대
  • 승인 2004.12.1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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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김태원 교수 (영남대·사회학)

누구나 처음 강단에 서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흥분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젊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학생들에게 말하고 전달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세계를 교환하는 일이니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세계로부터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의 호기심과 기존의 가치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로운 대화를 통한 새로움의 발견은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나 학생들에게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강의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훔볼트(W. v. Humboldt)가 제시하는 대학교육의 이상인 고독과 자유를 통한 교육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누구나 나름대로의 열정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의지, 방종이나 자기애가 아닌 자유로운 질문을 의미하는 자유는 곧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물음에 대한 사색과 토론을 의미한다고 한다.

 

대학생은 스스로 배우고, 연습하며,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단순한 믿음이나 신념에 편승하는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 되며, 자신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검증하며,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조하기 위해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의 모든 바탕을 제도로서의 대학은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고독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절제,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해결하려는 학문적 절제를 의미한다. 절제를 통한 자유와 자신 앞에 주어진 세계를 그 대상으로 하는 고독한 내적 투쟁은 공허한 비판이나 저항보다 훨씬 값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생각은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 듯하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이 한권의 정해진 교재를 요구하고, 멀티미디어방식의 수업과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필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생들 중 얼마의 수강생은 신념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자신의 신념을 더 우위에 두고, 더 이상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렬한 넘봄도 포기하려하고 있었다. 적어도 한 학기에 한권의 교재로 학생들의 세계를 차단시키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의 스크린 속으로 수십, 수백 명의 수강생들을 인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한학기가 끝나면 내게 남아 있는 숙제 같은 물음이다.

 

열린 세계를 지향해야하는 것이 대학의 이념이어야 한다면 여전히 다양한 내용을 보여줘야 하는 강의를 해야 할 것이고, 그와는 반대로 수강생의 요구를 들어 재미있고 쉬우며, 부담 없는 수업을 해야 한다면 그들에게 친절히 한권의 교재와 획일화된 내용으로 채워진 스크린을 제공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배우고 연습하고 스스로 판단해야하는 것이 대학 교육이어야 한다면 수강생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의 길잡이가 되어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생존적 유형의 문화를 배격해야 하고, 조화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강의는 학생들에게 개인과 사회의 조화나 삶에 대한 성찰 그리고 사물에 대한 종합적 비판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자유로운 고독에 휩싸인 젊은 영혼들이 치열하게 자신과 세계와 마주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희망을 대학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중심에는 대학강의가 서 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혹시 우리는 자신을 찌르는 지식이라는 창을 상아탑 속에서 매일매일 다듬으며 미래의 상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늘 열린 세계를 타고 우리의 삶으로 밀려들어오게 마련이다. 대학의 이상이 현실을 이끌어갈 것인가. 현실이 대학의 이상을 끌어내릴 것인가. 현실이 이상을 갉아먹는 독충인 것인가 아니면 이상이 실현되는 곳인가에 대한 스스로를 향한 질문은 내게 강의 햇수가 더해질수록 더욱 더 떨칠 수 없는 물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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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알지公 2004-12-14 00:40:48
한국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위민민본 입니다!

홈볼트는,우리에게 불필요한 외래 사상일 뿐 입니다.


신라의 이념

신;新者德業日新

라;羅者4方之民(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