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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오리엔탈리즘 걷어낸 중동에 대한 총체적 연구
화제의 책_오리엔탈리즘 걷어낸 중동에 대한 총체적 연구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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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슬람문명권 연구총서’(21세기 중동이슬람문명권 연구사업단 지음, 한울아카데미 刊, 전5권)

영미·이라크 전쟁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새로이 ‘발견’된 이슬람 문명에 대한 총체적 연구서가 발간됐다.

국내 중동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된 ‘21세기 중동이슬람문명권 연구사업단’(단장 박종평 교수,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장)은 중동이슬람문명을 레반트 지역과 아라비아반도 지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정치, 경제, 언어, 여성문학, 종교운동을 분석하는데, 이번에 발간된 시리즈는 레반트 지역의 분석을 담고 있다.

연구단은 중동이슬람 문명권을 ‘구성된 타자’의 위치로 전락시키는 오리엔탈리즘적 이해를 지양하고,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통해 ‘熱沙’와 ‘석유’에 가려져 있던 중동의 미세한 생활상을 훑고 있다. 이러한 지향은 각 세부주제에서도 잘 관철되고 있다.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레반트 지역내 국가와 시민사회 이슬람 부흥주의 간의 관계를 다루는 ‘중동정치의 이해’편은 정치발전과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을 이슬람과 직접 관련시켜 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라는 기준에서 이슬람 경전인 꾸란이나 다른 이슬람 전통 요소들은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핵심 요소로 간주됐으며, 권위주의, 전제군주제, 신정체제 등의 반민주적(혹은 비민주적) 정권에 대한 설명 변수로 인식됐다.

그러나 논자들은 이슬람 전통 내에서도 민주주의적 요소를 밝혀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오히려 ‘서구 제국주의’로 인해 아랍민족이 분열되고 갈등과 전쟁이 반복됐으며 시민사회의 발전이 지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동여성문학의 이해’는 남성 및 서구중심적 외부 관찰을 배제하고 지역 여성 문인들의 작품을 통해 여성들 스스로 이야기하는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문학은 여성들의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중요한 탈출구라는 점에서, 이들의 작품은 억압된 사회 속에서 억압된 여성의 자유에 대한 욕구와 성욕을 표출하거나 암시하고 있어 중동 여성의 심리상태나 현실 인식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자료다.

‘중동경제의 이해’편은 서구의 식민지 경영의 일환으로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 편입된 중동지역의 세계화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중동 언어의 이해’편은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팔레스타인 지역의 방언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물이다. 또한 ‘중동종교운동의 이해’는 세계화와 이슬람 사회간 갈등의 이론적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살라피야 사상을 다루고 있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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