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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게구리 보유국’의 e스포츠 학제간 연구
‘페이커·게구리 보유국’의 e스포츠 학제간 연구
  • 이상호
  • 승인 2021.06.09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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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e스포츠는 지난 2018년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전시종목에 선정된 데 이어, 오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IOC는 신체성과 폭력성을 문제로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젊은 세대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제고와 e스포츠의 경제적 이윤을 배제할 수 없다. 뒷골목의 흑인 춤이라고 하였던 브레이크댄싱이 탄생했을 때 2022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e스포츠도 올림픽종목 선정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갖는다. IMF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PC방이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는 인프라가 되었다. 한국 선수의 위상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Faker) 이상혁과 ‘오버워치’의 게구리(Geguri) 김세연이 잘 보여준다. 이상혁은 e스포츠계의 위대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으며, 연봉은 50억원이 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축구선수 손흥민과 같이 광고에 출현할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김세연은 e스포츠 세계에서 실력으로 성평등을 실현한 인물로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차세대 젊은 리더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2018년에는 BTS가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e스포츠의 경제적, 산업적 관심에 따라 정부는 부산, 광주, 대전에 경기장 설립을 지원해 현재 운영 중이며, e스포츠 경기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부산에 위치한 국제 e스포츠 연맹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 e스포츠 선수는 한국직업 표준분류에 따라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많은 사람이 e스포츠를 하거나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위상과 다르게 ‘e스포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즉각 답하기란 쉽지 않다. 이외에도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 아닌가, e스포츠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인가, 왜 e스포츠에 열광하고 재미를 느끼는가, 중독과 과몰입의 원인은 무엇인가, e스포츠의 국제적인 표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스포츠의 제도화는? e스포츠의 교육적 효용성은? e스포츠의 문화는?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 질문들은 e스포츠와 관련된 학문적 논의에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현상을 해석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e스포츠에도 스포츠, 디지털 기술, 영상, 미디어, 리터러시 등 다양한 학문분야를 통한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가 필요하다. 학제적 연구 내용에서도 분과학문을 넘어 새로운 공간으로 e스포츠를 설명해야 하는지 또는 그들 간 서로 연결된 관점을 제시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이는 e스포츠의 학문적 본질과 방향성 설정을 위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 모든 e스포츠 학문과 관련된 연구는 학자들의 진지한 토론과 연구의 결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게임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 이전부터 ‘자녀들과 게임전쟁’의 근본 이유와 해결책 그리고 e스포츠 산업과 비즈니스 현상을 학문적으로 해명하고 싶었다. 학문적 관심과 욕구 덕에 경성대 e스포츠연구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e스포츠의 학제간 연구 토대 구축’을 주제로 2019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e스포츠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 경성대 e스포츠연구소에서 동료들과 함께 e스포츠의 학문적 토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 연구소는 2019년 학회지인 『한국e스포츠연구』를 만들었고 매년 e스포츠 관련 국내학회와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스포츠와 관련된 학문적 논의는 스포츠, 미디어, 비즈니스, 법률, 마케팅, 건축, 컴퓨터, 빅데이터 등 학자의 학문적 관점에 따라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e스포츠 연구 분야도 크게 보면 비즈니스나 산업 그리고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연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e스포츠를 현실 세계를 넘어선 가상 세계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경험의 본질 파악을 위해 인지과학, 현상학, 생태심리학, 문화, 미디어, 심리학, VR·AR·MR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의 연구도 필요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e스포츠에 학문적 관심을 갖길 기대한다.

 

 

 

이상호 경성대 e스포츠연구소 연구교수
동아대에서 체육학 박사를 받았다. 경상대 정신물리심험실(인지과정)에서 박사 후 과정을 거쳐, 현재 한국e스포츠학회 총무이사와 편집위원을 역임 중이다. 주요 저서로 『e스포츠의 학문적 이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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