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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부정 대학도 책임있다
수능부정 대학도 책임있다
  • 김신일 서울대
  • 승인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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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수능시험 부정사건의 연루자들

                                          
수능시험 부정사건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논의가 가담자들 개인 차원에 그쳐서 안 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적다. 그렇다면, 주동자와 가담자들 다음으로 누가 이 사건에 책임이 있는가? 적어도 세 집단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들은 연루자들이다.

한 집단은 대학이다. 대학 경영자와 총학장 뿐만 아니라 교수도 포함하는 대학사회 전체에게 책임이 있다. 점잖이 표현해서 책임이지, 죄가 있다. 부정을 해서라도 입학하고보자는 풍토를 조성한 죄이다.

“입시지옥처럼 입학은 어려워도 졸업은 쉽다”는 말이 국제적으로 한국대학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되었을 정도로, 입학만 하면 졸업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대다수 우리 대학들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교육정책에 관한 최대의 화두가 변함  없이 대학입시제도가 아니었던가.

이처럼 대학들은 누구를 입학시키느냐에 관심을 집중하는 반면, 그들을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수준에 도달한 사람을 졸업시킬 것이냐에 대하여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도달 학습수준과 졸업기준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아서, 학생들은 그야말로 졸업자격에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만 하면 “놀아도 졸업 한다”는 풍조가 조성되었다. 대학사회의 이러한 질 관리 방치가 이번뿐만 아니라 각종 입시부정을 끊임없이 시도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다른 하나의 집단은 고등학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고등학교의 윤리교육 부재를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윤리교육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의 전체 교육풍토와 교육선발구조 전체의 문제를 제쳐놓고, 윤리교육만으로 각종 입시부정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교육의 질 관리에 소홀하기는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진급기준 졸업기준도 불분명하다. 더욱이 ‘내신 부풀리기’로 인한 고교내신 불신이 반영하듯이 질 관리에 대한 교육적 책임의식 부족이 고교 전체에 퍼져 있다. 고교교장회가 나서서 대학입시를 수능 중심이나 대학본고사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것은 고교교육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의 이러한 교육적 책임의식 부족이 수능시험 부정을 유발한 또 하나의 원인이다.

책임져야할 또 하나는 교육부이다. 교육부야말로 대학의 입학, 학사운영, 졸업 등에 대하여 지도 감독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기구이다. 그것도 어느 나라보다 막강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다. 그런 교육부의 대학정책이 지난 수십 년간 오로지 입학관리에 집착했을 뿐, 질 관리 특히 졸업자의 질 관리에는 무관심 했다. 대학 졸업뿐만 아니다. 대학원의 학위들은 사각지대에 있다.

이번 수능부정은 교육계 전체의 질 관리 부재가 불러온 사건이다. 휴대전화관리, 감독철저, 수능문제지유형 다양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 대책이 못된다.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을 양 관리에서 질 관리로 전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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