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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등 실학파에게 영향을 준 '명청팔대가문초' 1책 발간
정약용 등 실학파에게 영향을 준 '명청팔대가문초' 1책 발간
  • 김재호
  • 승인 2021.05.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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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통문화연구회는 지난 2021년 5월 15일에 16~19세기 동아시아 문학의 주류 《역주(譯註) 명청팔대가문초(明淸八大家文抄) 귀유광(歸有光)·방포(方苞)》 1책을 발간하였다.

정약용(丁若鏞) 등 실학파들에게 영향을 준 중국 명·청 시대 동성파(桐城派)의 선집

《명청팔대가문초(明淸八大家文抄)》는 명나라 귀유광(歸有光)과 청나라 문인 7명의 산문(散文) 총 386편을 선별하여 묶은 책이다. 이 책의 편자는 중화민국 시기 상해의 출판인이자 교육자로 활동한 왕문유(王文濡)이다. 《명청팔대가문초》에 실린 작가들은 문학 사류의 하나인 동성파(桐城派)의 주요 문인들이다. 동성파는 청대(淸代) 주류였던 고증학(考證學)을 비판하고 정주이학(程朱理學)을 추종하였으며, 문학 방면으로는 변려문을 지양하고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았다. 동성파의 문장은 조선 후기 실학파들에게 크게 관심을 받아 정약용(丁若鏞)‧이덕무(李德懋)‧김정희(金正喜)‧박규수(朴珪壽)‧김택영(金澤榮) 등에게 영향을 주었다.

16~19세기 동아시아 문학의 주류 《명청팔대가문초》의 최초 번역

우리나라에서 동성파 문장의 번역은 일부만 뽑아서 번역하고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전통문화연구회의 《역주 명청팔대가문초》는 동성파의 대표적 선집(選集)인 왕문유의 《명청팔대가문초》를 최초로 완역하고 역주한 것으로, 총 4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사)전통문화연구회는 지난 2020년 9월 20일에 《역주(譯註)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抄)》 총 8종 24책을 성공적으로 완간한 바 있다. 이번 《역주 명청팔대가문초》 역시 《역주 당송팔대가문초》와 더불어 16~19세기 동아시아 문화지형도 파악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성파의 연원 귀유광(歸有光)과 방포(方苞)의 생애와 문학을 담다

《역주 명청팔대가문초 1 귀유광‧방포》는 팔대가 중 귀유광과 방포의 선집을 번역한 것이다. 귀유광(1506~1571)은 명대(明代) 인물로 고문에 뛰어나 동성파의 연원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본서 <상구시랑서(上瞿侍郎書)>에 “감히 과거 응시를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문은공께서 세상을 떠나실 무렵 지성스럽게 기대해주셨던 말씀 때문이었고, 또한 조정에 합하(閤下)와 같이 저를 알아주는 분에 있다는 것을 믿어 향모(向慕)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귀유광의 회한이 담긴 말이다. 그는 60세가 되어서야 과거에 급제하였고 벼슬길 역시 순탄하지 못하였지만 후대에 고문의 대가로 추앙받았다.
방포(1668~1749)는 청대(淸代) 강희(康熙), 옹정(雍正), 건륭(乾隆) 연간의 3대 동안 국가 문헌 편찬사업에 참여한 관리이자 학자로서 당시 큰 명망을 얻은 인물이다. 그는 대명세(戴名世)의 필화(筆禍) 사건에 연루되어 죽을 고비에 빠지기도 하였다. 본서 <여석민애사(余石民哀辭)>는 이 필화 사건으로 죽은 여석민(余石民)을 애도하는 글이다.

- 책 속으로 -
<女二二壙志>
二二가 나를 보지 못하여 번번이 늘 나를 찾았다. 하루는 내가 산속에서 돌아와 맏딸이 누이를 능히 안아주는 것을 보고 속으로 몹시 기뻐하였다. 내가 문을 나설 때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이이가 또 내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산에 이른 지 며칠 뒤 해가 저물 무렵에 나는 한창 《尙書》를 읽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문득 집안의 노복이 앞에 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무슨 일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노복은 바로 말하지 않고 다른 일만 말하다가, 서서히 물러나 서서는 “이이가 오늘 4更에 죽었습니다.”라고 하였다. 태어난 지 300일 만에 죽었으니, 이때가 嘉靖 己亥年(1539) 3월 丁酉日이었다.

<余石民哀辭)>
어머니는 멀리서 그리워하며 아들 돌아오길 기다리거늘 아들은 옥중에서 죽어도 어머니는 알지 못하였어라. 몸은 비록 죽어도 슬픔은 끝이 없으니 하늘이 이런 인물을 내고서 이 지경에 이르게 하다니.

<與李剛主書>
吾兄은 習齋 顏氏(顔元)의 학문을 계승하여 저서에 朱子를 헐뜯은 말이 많은 듯합니다.……孔孟 이후에 마음과 천지가 서로 닮아서 이 말에 족히 걸맞은 자는 程朱가 아니고 누구이겠습니까. 만약 그 道를 헐뜯는다면 이는 천지의 마음을 해치는 것이니, 하늘이 돕지 않는 바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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