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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심화가 수명까지 영향 미쳐
불평등의 심화가 수명까지 영향 미쳐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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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불평등 다룬 국내외 책들

『건강불평등』 리처드 G. 윌킨슨 지음| 정연복 옮김| 당대 刊| 328쪽
『현대 한국사회의 불평등』 방하남 외 지음| 한울 刊| 260쪽

 

불평등을 주제로 다룬 책 두 권이 나왔다. 하나는 한국사회 전반의 불평등 구조를 파헤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평등성이 높을수록 개인의 기대수명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면서, 오늘날의 건강불평등을 따지고 있다.

우선 ‘현대 한국사회의 불평등’부터 보자.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불평등 문제는 항상 제기되는 지리한 논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방하남), 교육(남춘호), 사회계급(신광영), 성(장지연), 연령(박경숙), 지역(이성균) 등 영역별로 세분화해 불평등 문제를 짚고 있는 이 책은, IMF 이후 새롭게 나타난 불평등 문제를 실증적인 자료에 근거해 분석한다는 점에서 시사성이 충분하다.

2장에서 남춘호는 부의 교육수준이 대학진학률에 미치는 영향, 수능서열 결정요인, 모의고사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성별 연령별 학력별 임금격차 등의 최근 통계를 바탕으로 가정환경과 교육, 사회불평등이 긴밀히 연결돼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장에서 신광영은 IMF 이후의 투기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또 다른 불평등이 야기됨을 짚고 있다. 아파트가격 추이와 임금별 추이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투기자본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경제 불평등과 계급분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5장에서는 요즘 연일 불거지고 있는 고령자집단의 취업과 함께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데, 은퇴 이후의 문제까지 포괄해서 현 쟁점을 짚고 있다.

‘건강불평등’이 재미있는 것은 소득분배와 건강이 관련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잘사는 국가가 건강한 게 아니라, 평등한 국가일수록 더 오랜 산다는 얘기다. 이 책은 ‘왜 어떤 사회는 여느 사회들보다 더 건강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스나 일본, 아이슬란드, 이탈리아는 미국이나 독일보다는 못 살지만, 기대수명은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

저자는 미국, 영국, 일본, 동유럽의 사례와 사회과학자료, 의학자료에 근거해 사회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한다. 그 결과 선진국에서는 빈곤층에서 암과 퇴행성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 선진국의 빈곤층은 그 사회의 부유층보다 연간 사망률이 2~4배 정도 높다는 것 등을 보여줌으로써 선진국 빈곤층의 기대수명이 평등한 국가보다 낮음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결국 직업불안정과 실업, 교육, 사회적 이동이 사람들 건강과 수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건강한 사회는 활발한 공동체 생활, 사회활동과 자원봉사 등으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개인의 수명까지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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