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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로스쿨, 정원제인가 자격제인가
대학정론: 로스쿨, 정원제인가 자격제인가
  • 정대현 이화여대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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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사법개혁위원회는 1년 동안 작업하여 도달한 개혁안을 최근 행정부에 건의하였다. 법치의 신뢰스러운 접근과 정착을 목표로 경쟁력 있는 법조인력을 양성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1200여명의 정원을 교육하는 6~10개의  법학전문대학원제를 2008년에 도입하고, 현행의 사법시험제도는 2013년까지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는 것을 방법으로 한다. 법조계가 이룩한 이 성취는 오래 기다렸던 대학사회의 낭보이다.

그러나 사개위가 설정한 목표와 방법간에는 괴리가 있다. 사법개혁의 목표는 법조인 자격시험제의 내용을 함축하는 반면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제는 현행 사법시험제도가 결과하는 변호사 정원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는 올바로 세웠지만 방법은 현행제도에 분칠을 한 것에 불과하다. 정원제의 이유를 “시행당시의 사법시험합격자수 기준”으로 대는 것은 사법개혁의 목표에 반하는 행위이다. 

목표와 방법간의 괴리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법조인 1인이 담당하는 국민의 수는 미국은 275인, 영국은 557인, 한국은 5783인이다. 일본은 5247인이지만, 일본 사개위는 68개의 법학전문대학원이 5천7백명의 학생들을 2003년부터 뽑아 교육하게 하고 법조인 자격자를 현재의 1천명에서 2015년에는 3천명으로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사개위의 집행을 “우려스러운 실험”으로 볼 것인가 “노력하는 전진”으로 볼 것인가?  

법조계만 양해한다면, 국내 상황은 압도적으로 자격제를 지향한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바로 법관에 임명되는 “경력법관제”가 변호사 정원제에 기초한다면, 법조 경력자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는 많은 수의 법조인의  자격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뿐만 아니라 WTO와의 법률시장개방 약속에 의한 의료, 조세, 통상, 국제거래 등의 분야도 많은 사람의 법학 교육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30여개의 법학전문대학원에서 3천여명의 학생을 교육하여 1천5백여명의 법조인 자격자 배출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제도는 “경쟁력있는 법조인 양성”만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제도, 기초 학문, 사회 구조화와 맞물려 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떤 꿈을 가질 것인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어떤 다양성으로  나아갈 것인가? 역사의 현 시점에서 우리 기성세대는 이러한 물음들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정대현 논설위원,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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