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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 사립학교법 개정에 부쳐
대학정론 : 사립학교법 개정에 부쳐
  • 최원식 인하대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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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 인하대 국문학

  재선에 성공한 부시는 그 기념으로 팔루자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그의 일방주의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집권 2기를 맞아 극우적 네오콘의 정향(定向)으로부터 온건보수노선으로 선회할지 모른다는 관측은 부질없는 기대로 되는가? 이라크 다음에 이란과 북한이 꼽히는 이 비상한 시국에 한국사회는 여전히 쟁투중이다. 교육계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교장선생님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개정 반대를 외치며 데모를 했다.

요즘은 세상이 거꾸로 되었다. 왕년의 운동권 대신 어른들이 거리로 뛰쳐나온다. 민주화투쟁을 탄압하던 측에 노골적으로 가세하거나 또는 침묵으로 동조한 세력들이 행동주의로 치닫는 속에 한국민주주의는 바야흐로 만개중(滿開中)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방식이 예전 운동권과 닮았다는 점이다, 물론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그렇게 시위에 나서도 체포, 연행, 구금, 고문, 투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된다는 결정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등원리의 확대가 천하의 대세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그를 위해 싸운 사람들과 그 반대자라고 선언한 사람들, 모두 같은 궤도에서 달려왔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고해왔다.(『미국민주주의』서문)고 지적한 알렉시스 드 또끄빌의 지적은 맞춤맞다. 반대자나 지지자나 종당엔 모두 한국사회의 민주화 진전에 기여하는 ”숨은 도구“일 것인데, 그럼에도 한국교육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 사립학교의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된다.

  나는 10년전 우리나라 비리사학의 전형인 선인학원을 시공립화한 시민운동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얼마전에는 경인여대의 임시이사로 일하면서 한국 사학의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실감한 바 있다. 신문 방송에 크고 작은 분규에 싸인 사학들이 끊임없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이런 비리사학들이 전국 도처에 있다는 얘기다. 교육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학교 설립과 운영을 맡기고 또 은근히 그들을 비호하는 우리 교육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금번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서 이런 비리사학이 더 이상 발 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쭉정이를 걸러내면 자연히 사학의 건전성이 북돋워질 것이매 그것은 한국교육 전체를 들어올리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사학의 건전성이 평준화 정책을 좌우한다는 점, 그리고 비리사학의 최대의 피해자가 다름아닌 우리의 청소년, 바로 한국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최선의 사립학교법을 만드는 일에 중지를 모을 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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