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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대중 봉기의 민주주의
1980 대중 봉기의 민주주의
  • 교수신문
  • 승인 2021.05.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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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지음 | 후마니타스 | 368쪽

대중운동으로서의 광주항쟁이라는 문제 설정

올해로 41주년을 맞이한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분석서 『1980 대중 봉기의 민주주의』는 5·18을 대중 봉기로 새롭게 개념화하고 있다. 대중 봉기는 어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상상할 수 없던 행위를 발명하며 잡다한 목소리와 언어를 쏟아 내고 비범한 자발성을 표출하는 시공간을 창출한다. 이 봉기 과정에서 대중들은 다수의 참여를 통해, ‘주어진 세상’이라고 알려진 상징 질서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구성한다.

이 같은 대중운동이라는 문제틀은 광주항쟁은 물론 기존의 주요 사회운동을 이론화하는 해석틀과의 대결을 전제로 한다. 곧, 한편으로 광주항쟁에 대한 국가 중심적 해석(국가 혁명론) 및 주체 중심적(사회 중심적) 해석과 대결함은 물론, 1980년 광주를 민중항쟁이나 무장 투쟁론적 시각에서 특권화하려는 시각과 절대적, 균질적 시민 공동체라는 비정치적 신화로 바라보는 기존의 분석들과도 대결한다. 이 같은 대결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시각들이 대체로 광주항쟁과 그 주체들을 숭고한 대상으로 승화시켜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영웅들의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중, 계급 중심의 분석틀과 무장 투쟁론을 특권화하는 1980년대 이후의 시각은 5·18 무장투쟁을 해석하고 재현하면서 대항 폭력을 과도하게 특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이를 통해 ‘적과의 전쟁’을 중심에 두는 정치적 논법과 운동 문화를 형성시켰다. 반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폭력, 비무장 시민의 인류애, 사랑을 기반으로 형성된 절대 공동체를 특권화하는 시각은 5.18 항쟁의 정치적 성격과 의미를 배제하는 비정치적 신화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영웅 신화들은 오히려 오늘날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것으로 5·18을 탈정치화하고 5·18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을 부추기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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