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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우려 커지는 일대일로, 중앙아시아의 고민
[글로컬 오디세이] 우려 커지는 일대일로, 중앙아시아의 고민
  • 김영진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HK교수
  • 승인 2021.05.2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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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2일 중국 시안에서 개최된 '제2차 중국+중앙아시아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무크타르 틀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사진=신화/연합
지난 12일 중국 시안에서 개최된 '제2차 중국+중앙아시아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무크타르 틀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사진=신화/연합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찍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차관과 투자 및 경제 지원을 받아왔다. 도로, 철도, 교량 및 터널의 건설과 기초 인프라의 개발은 신생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에너지, 산업 및 농업과 같은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합작사업 및 프로젝트는 경제발전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일대일로 및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지전략적∙경제적∙정치적 요충지

 

일대일로는 중국이 제안하고 많은 국가들이 후원하는 다자적인 개발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여러 국가 및 국민 간의 연결, 운송, 통신, 무역 및 협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명시적인 목적 외에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다른 목적도 추구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의 지전략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이웃의 소국이나 개도국에 대해 일정한 지배력을 행사하려 한다. 둘째, 일대일로는 중국의 일부 산업이 가진 과잉생산능력을 축소하거나 연선의 다른 국가들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대일로의 목표 중 하나는 신장(新疆)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서부지역을 개발하고 안정화시켜 이 지역이 야기할 수 있는 국내의 불안요인을 잠재우는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첫째,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3개국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양쪽 민족 간의 종족적∙언어적, 종교적∙문화적 유대가 존재한다. 둘째, 중앙아시아는 중국이 서쪽으로 나가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유럽, 서아시아 또는 남아시아로 가는 모든 육로가 이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셋째, 중앙아시아 5개국 중 3개국에서 석유, 가스 등 탄화수소 매장량이 풍부해 중국 경제에 생명선이 될 수 있다. 넷째, 경제발전이 지체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조건은 오히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이 지역 국가들이 중국에 원자재와 에너지를 공급하고 중국에서 제조업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 서로 다른 셈법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데, 어느 국가에 의해서도 지배되기를 원치 않는다. 중국과의 긴밀한 접근은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하기 위한 의식적인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러시아가 정치적∙군사적 우위를 유지해 나가고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간다는 데 대해 암묵적인 이해가 성립한 것으로도 보인다.

일대일로의 틀 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각기 다른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관심과 참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 사실상 이 지역은 일찍이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차관과 투자 및 경제 지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우려가 존재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서 받아들인 막대한 액수의 차관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들은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특히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과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경우에 더욱 그러한데, 이들 국가에서는 대외채무의 40% 이상이 중국에 속한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각 정부와 국민은 중국 노동력의 유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현지 노동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그러한 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중국인 노동자가 더욱 쉽게 눈에 띈다. 이로 인해 자국 출신의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고, 이는 현지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김영진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HK교수

고려대에서 개발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대학에서 교환연구원, 옥스퍼드대학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비교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유라시아와 일대일로: 통합, 협력, 갈등』, (공저, 한울아카데미, 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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