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2-01 18:34 (수)
[글로컬 오디세이] 이스라엘이냐 이란이냐, GCC의 선택
[글로컬 오디세이] 이스라엘이냐 이란이냐, GCC의 선택
  • 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1.05.27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컬오디세이_단국대 GCC국가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됐고 열흘 만인 2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휴전에 합의했다. 사진=로이터/연합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됐고 열흘 만인 2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휴전에 합의했다. 사진=로이터/연합

 

2021년 5월 25일 창립 40주년을 목전에 둔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는, 동월 초에 불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다시금 큰 전략적 고민에 빠졌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오만의 6개 국가로 구성된 이 기구는 아라비아반도와 메소포타미아, 인도양과 이란으로 둘러싸인 페르시아만의 서쪽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들은 공통으로 아랍계 순니파 군주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석유 부국이다. 동시에 이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보수적 이슬람을 고수하는 아랍의 이미지를 상징해왔지만, 두바이를 필두로 최근에는 세계 최고층 빌딩과 최첨단 미래도시를 시험하고 선도하는 무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공통점이 많아 보이는 회원국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제각각은 큰 차이를 보인다. 국토 면적이 서울보다 살짝 큰 바레인이나 경기도와 비슷한 카타르도 있고, 대한민국의 5배에 육박하는 오만이나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땅이 넓은 사우디아라비아도 있다. 또한, 약 2천500만 정도의 자국민과 1천만 정도의 외국계 거주민로 구성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약 31만의 자국민보다 7배 가량 많은 외국인이 상주 중인 카타르도 회원국으로 속해 있다. 국가체제 역시 ‘사우드 가문’이라는 군왕의 가문을 국호에 고정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메리카의 여러 주(state)의 연방인 미국처럼 아랍의 여러 공국(에미리트)이 모여 아랍에미리트 연방(United Arab Emirates)를 이루고 그 속에서 대통령과 각료를 선출하는 아랍에미리트가 공존하고 있다.

 

걸프연합국가의 대이란 공동전선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맹위를 떨쳐온 이란의 존재는, 이토록 상이한 집단들이 서로 단일한 협력체를 구성하고 지금껏 유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GCC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짧게는 십 수년에서 길게는 한세기 이상 영국의 보호령을 거쳐 20세기에 독립하였지만, 보다 긴 역사에서는 페르시아가 이 지역 전반에 광범위한 역할을 미쳤다. 특히 이 지역에는 반도 내 시아파 주민들이 밀집해있고, 상당 지역이 과거 페르시아의 여러 제국들의 관할 하에 있었다. 근래에도 이란은 1957년 바레인을 이란의 14번째 주로 선언했으나, UN 안보리에 의해 저지 당한 후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 국가인 바레인이 출범했다.

결정적으로 1979년에 터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이 페르시아만의 국가들이 공동 전선을 형성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쉬아’ 종교인들이 ‘이슬람’의 원리에 기초해 지배하는 ‘신정 국가’ 이란의 탄생은, 강 건너에 순니 세계의 맹주를 자처하던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와의 8년 전쟁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당시 서구화가 진행 중이던 사우디에도 왕가의 비이슬람적 통치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메카의 대성원을 점거하여 총격전을 벌였다. 결국 혁명적 이슬람주의를 전파하는 이란에 맞서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적 관점에서 더욱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변해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소용돌이

 

작년, 전성기를 맞이한 반이란 동맹의 굳건한 전선이 월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슬람의 신성한 기간인 라마단의 마지막에 이스라엘은, 20억 무슬림들에게 3번째로 신성한 성지인 악사 모스크에서 시위대와 충돌했고 성지 몇 발자국 옆에서는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곧이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치열한 포격전으로 확대되었고 매일 역대 최악의 사상자 수를 갱신하고 있다. 반이란 동맹을 핵심가치로 하는 트럼프와 이스라엘, 그리고 UAE와 바레인은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제 막 관계 정상화를 진행했는데, 이란에 유화적인 바이든이 들어서면서 이 구도가 어정쩡해졌다. 다소 친이란적이었기에 3년 7개월간 사우디, 이집트, UAE, 바레인에게 집단 보이콧을 당했던 카타르는 보이콧에서 해제되어 GCC로 복귀하였고, 사우디는 이란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두 성지의 수호자라는 명분을 소중히 하는 사우디에게 있어 지금 팔레스타인을 맹폭하는 이스라엘과의 상보적 관계 설정은 매우 곤란해졌다. 특히 이스라엘을 맹렬히 비난하고 팔레스타인을 적극 지지하는 이란에게 이슬람 세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는 사우디에게는 자신이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주시하고 있는 20억 무슬림들의 시선이 무겁기만 하다.

 

 

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연구원

요르단대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명교류사와 중동학을 전공했고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람 세계관 속 신라의 역사: 알 마스우디의 창세기부터 각 민족의 기원을 중심으로」 등 논문을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