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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중심으로 평가해야 … 연구책임자 실질적 보상 시급
연구성과 중심으로 평가해야 … 연구책임자 실질적 보상 시급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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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 연구비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말한다

전국대학연구처장협의회 건의문 채택

연구 지원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부담감과 책임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그에 따르는 보상은 기대할 수 없는 게 요즘 교수들이 처한 현실이다. 촘촘히 세분화돼 있는 연구비 세비목에 갇히는 일이 다반사다.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비 집행실적 보고서를 철저하게 작성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연구비 관리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불신이 교수들을 편집증적 서류관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구처장들이 모여 정부부처에 건의문을 올린 것도 연구비 관리시스템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편집자주>

전국의 연구처장들이 한 목소리로 연구비 지원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대학교연구처장협의회(회장 이준승, 이하 협의회)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경상대에서 '정기총회 및 추계세미나'를 열고, 연구비 관리 개선에 관한 5개항의 건의문을 채택해 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들어 고려대를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등 상당수 대학들이 교수 연구비 유용 문제로 홍역을 치름에 따라, 협의회 차원에서 연구비 지원 체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연구비 지원 구조 개선해야" = 세부적인 개선안을 내놓기 앞서, 연구처장들이 연구비 집행에 대한 사안이 지나치게 교수사회의 도덕적 해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협의회는 "일부 연구자들의 불건전한 연구윤리 의식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연구관리시스템의 비효율성, 지원기관별로 각기 다른 규정과 지나치게 까다로운 행정절차 등에서 빚어진 사태"라며 교수들의 부도덕성만이 부각되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비 유용 문제가 단순히 교수 개인의 도덕성과 자질에 있다기보다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구조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는 진단이었다. 

이에 맞춰 건의안에는 △연구성과 중심으로의 평가기준 전환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등에관한규정' 개정을 통한 관리시스템 표준화 △대학의 대응투자 요건 완화 △간접연구비 및 연구책임자에 대한 연구활동비 지급 확대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연구비 확충 등 연구비의 지원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들이 담겼다. 

연구처장들의 제안은 크게 보면, 연구비 집행의 자율성 확대와 연구비의 지원 확대로 요약된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연구성과보다는 연구비 관리·집행에 무게를 두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객이 전도되어 오히려 연구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박길문 조선대 연구처장·산학협력단장은 "연구지원 기관의 연구과제에 대한 평가비중이 연구결과물의 우수성이나 활용성 측면이 아니라 연구비 적정사용에 집중돼 있다"라면서 사업목적을 위해서는 연구성과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비 사용에 있어서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연구비 비목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부분에 쓰여지지 못한다는 불만도 컸다. 연구에 쓰여졌어도 '목적외 사용'으로 일단 낙인찍히면 '모럴 해저드'에서부터 '연구비 탈취' 등 공세적 비난을 받게 되는 한편, 연구비는 애초에 계획과 달리 사용돼야 할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 인센티브, 연구활동비 확대 요구도 =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연구처장들이 공식적으로 '연구책임자에 대한 실질적 보상 강화'를 요구했다는 점에 있다. 협의문은 건의문을 통해 "연구비 총액의 30%이상을 연구활동비로 인정하는 등 전향적으로 개선해, 연구과제 수행이 책임과 부담만 가중된다는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정부부처들은 교수들이 대학에서 인건비를 100% 받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 지급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 정부가 '추가적인 지급'으로 여기고 있는 것에 대해 교수들이 '실질적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연구활동비가 적거나 아예 책정지 않은 상황이 일부 연구자들의 편법 경비 운영을 불러일으켰다는 의견도 다수를 이루었다.

각 정부부처별·정부출연기관별로 연구지침 등을 상이하게 사용한다는 점도 문제시됐다. 연구개발비 사용·예산 변경 지침이 통일되지 않아 연구비 관리가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연구비카드제의 경우, 지원기관별로 LG카드, 삼성카드, 기업은행 BC카드 등 각기 다르게 협약을 체결했는데, 각 대학의 연구비관리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아 별도로 수작업을 해야 하는 등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었다.

한편, 연구비 관리 개선에 늘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대학의 대응투자 요건 완화와 △간접연구비의 30% 이상 확대 등의 주장은 이번 협의회에서도 다시금 언급됐다. 매칭펀드 자금이 해가 갈수록 늘어날 뿐 아니라, 연구간접비 지급도 미흡해 대학에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해 말 전국대학연구자관리협의회가 연구보고서에서 제안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연구자관리협의회는 '대학의 연구비관리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대형 연구사업 요건인 대응자금은 재정적 부담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며, 오히려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간접비를 증액해 줘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대학의 연구자들이 공통된 의견을 내고 있는 만큼, 대학별 연구활동 역량에 따라 연구간접비 적용에 차등을 두는 방식 등 간접비 지급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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