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저자는 조선초의 '인격적 우주론'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것이 15세기 이후 주자학의 정착에 따라 이법적 우주론(理法天觀)으로 바뀌는 과정을 살핀다. 이런 자연관으로서의 天理와 삼강오륜으로 대표되는 도덕적 질서체계가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살펴보는데, 두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 유학자들이 보수파와 개화파로 갈라지고, 그에 따라 우주론과 역학을 결합시킨 역학적 우주론의 등장을 장현광의 '역할도설'로 살피고, 이어서 자연법칙을 인간사에 끌어들이길 거부한 이수광의 '심학적 우주론'에 이어지는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17세기에 오면 서구 과학이 흘러들어옴으로써 더욱 지형이 복잡화되는데 지배층은 대체로 주자학적 이법천관의 절대화로 나아간 반면, 중앙정계에서 소외된 남인·소론계, 영남계 등에서는 절충주의와 함께 주자학적 자연관을 깨뜨리고 개별 사물의 고유한 이치만을 인정(格物致知)하고 서양의 우주론을 받아들인 근기남인계 학자들, 實測과 객관 사물에 입각해 법칙을 수립하려는 입장으로 보인 정제두 등의 양명학파도 나오게 된다.
저자는 특히 홍대용에 주목하는데 '유기체적 자연관'을 바탕에 깔면서도, 道理를 위주로 해 物理를 포섭하는 전통적 사유가 아니라, 인간과 사물의 가치를 대등하게 평가하면서 홍대용은 절대주의의 부정과 상대주의적 사유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또한 그의 우주론은 지구설과 지전설을 수용한 뒤, 무한우주론을 주장함으로써 중국·인간·지구 중심의 사고로부터 탈피해 다른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까지 조선후기 사상사는 각 학파들의 인간론·심성론과 정치경제사상 등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검토가 소홀했던 자연관과 우주론을 통해 조선후기 사상학파들의 분화와 차이, 새로운 사유 모색의 지점들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어 학계의 주목을 요한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