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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년트랙·강사 등 대학 내 교수연구자 차별 심각”
“비정년트랙·강사 등 대학 내 교수연구자 차별 심각”
  • 조준태
  • 승인 2021.05.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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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조,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
일러스트=김상돈

 

대학 내 교수연구자 간 차별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박정원, 이하 교수노조)은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학 내 교수연구자간 차별 철폐를 선언했다.

그간 숱하게 보고된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 간 차별뿐 아니라 전임교원 내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간에도 차별이 심각하다고 교수노조는 강조했다. 

첫 번째 사례는 임금이었다. 2018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일반대학 비정년계열 교수의 임금 평균은 연간 약 3천400만원이었다. 교수노조는 “비슷한 기간 근무한 정년계열 교수 임금의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으로, 강사와 전임교원 간의 임금 격차는 10배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학내 연구비 지원이나 교육연구활동비 등 각종 부수적 재정 지원에서의 차별도 사례로 언급됐다. 대부분의 대학은 전임교원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비정년계열 교수가 동일한 지원을 받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며 그나마도 강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정년계열 교수나 강사는 강의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교수노조는 이에 대해 “고등교육 분야의 특성상 교육 활동과 연구 활동 사이의 분명한 경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 평가나 채용 심사에 연구 성과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차별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사례는 학내 공간·시설 접근성에 관한 것이었다. 정년계열 교수들에게는 자기만의 연구 공간이 있지만 비정년계열 교수들은 개인 연구 공간을 갖지 못하며, 강사의 경우 아예 강의 사이 대기할 공간이 없어 교내를 방황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지적이었다.

일부 대학은 도서관 이용에도 차별을 뒀다. 대출 가능한 도서 수가 교수 50권 이내, 강사 30권 이내, 대학원생 20권 이내라는 식으로 직급에 따라 다르게 책정돼 있었다. 희망도서 신청액도 교수는 2백만원, 강사는 1백만원이라는 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외국인 교원에 대한 차별 사례도 이어졌다. 어느 사립대는 규정집에 “교육교수와 전임 산학교수의 직급은 조교수와 부교수로 하고, 외국인교수의 직급은 조교수로 한다”고 명시해 같은 비정년계열 교수임에도 외국인 교원만은 조교수로 직급 상한을 제한했다.

정년계열 교수 간 차별도 사례로서 제시됐다. ‘호봉제’ 정년계열 교수가 ‘연봉제’ 정년계열 교수를 괴롭히는가 하면, 학과의 비인기를 이유로 제대로 된 절차도 무시한 채 개편이나 통폐합을 거론하기도 했다.

교수노조는 다양한 층위에서 촘촘히 벌어지는 차별을 꼬집으며 대학 내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국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촉구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과 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와 서비스의 제공‧이용에서 차별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함이었다.

교수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준하는 학내 차별 철폐를 대학에 권고해달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학 내 차별이 일상화되고 내재화되었기 때문에 개별 사안을 검토하여 조치를 취하는 수준으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2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박중렬)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강사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부에 사립대 강사 처우 개선 예산과 대학 강사의 방학 중 임금을 전면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대학 강사를 대상으로 퇴직금, 교육연구비의 지급과 직장건강보험의 적용을 요구했다. 대학기구 참정권과 함께 총장선출권 보장도 요구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우리는 지금, 차별받는 강사의 자리에서 차별 없는 대학을 소망하며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우리의 요구 사항은 그저 처우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교육의 문제이고, 학문의 문제이고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다. 대학 강사는 자기 학문 분야의 연구자, 학자가 되고자 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학자가 될 수 있도록 하라. 대학은 이들이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게 하라.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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