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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논문집 재탕…학진, "학술지평가 전면 재검토"
2년전 논문집 재탕…학진, "학술지평가 전면 재검토"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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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교육학회, 동일 학술지 중복 발간 파문

백원우 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정감사서 의혹 제기

한국체육교육학회가 허위 서류 제출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 학술지 평가에서 등재후보학술지가 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원우 의원(열린우리당)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체육교육학회가 동일논문을 중복 발간했는데도, 2002년 상반기에 등재후보학술지가 됐다"라며 학진의 엄정한 학술지 평가와 사후 조치를 요구했다. 논문 뻥튀기, 발행횟수 조작 등 학술지 평가를 둘러싼 교수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

이날 백 의원은 한국체육교육학회가 1997년 8월에 발행한 '제2권 제1호'를 1999년 2월에 '제3권 제2호'로 발행년도만 바꿔 중복 발간했다고 밝혔다.

확인결과, 한국체육교육학회의 '제2권 제1호'와 '제3권 제2호'는 편집위원과 표지만 다를 뿐, 똑같은 논문들로 구성돼 있으며, 목차를 비롯해서 페이지수, 편집구성까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2001년 12월 학진의 국내 학술지 평가에 자료를 제출할 때는 1998년부터 평가까지 매년 2회씩 정기적으로 학술지를 발행했다고 보고했다.

2002년 학진의 학술지 평가는 정량평가인 '체계평가'에서 △논문 1편당 심사위원수 △게재율 △정시 발행 등을 심사한 후, 전체 총점의 1/2을 넘기지 못할 경우 1차 탈락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지의 여부는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실제로 학진에 따르면, 한국체육교육학회는 체계평가에서 총점 40점 가운데 가까스로 20점을 받아 통과했으며, 5점이 최대점수인 '정시발행' 항목에서는 2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당시, 학회에서 서류를 조작해 올리지 않고 사실 그대로 올렸다면, 한국체육교육학회는 체계평가에서 1차 탈락하게 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한국체육교육학회의 상임이사이자, 현 부회장인 김용환 청주교대 교수는 "학회 초창기에 학회지 2권1호를 발행했으나 학회가 어려워 배포하지 못했고, 3권2호를 발행할 때 거의 원고가 들어오지 않아 2권1호를 3권2호로 대체 발간했는데, 이마저도 배포하지 못하다가, 총서를 발간할 때 3권 2호로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자문 학진 이사장은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어서, 2003년 8월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동일논문 중복 발간을 문제시했는데, 지난해 9월 인사 이동 및 인수 인계 미흡 등으로 조치가 늦어졌다"라면서 "철저히 조사한 다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체육교육학회지에는 학진의 학술지 발행 지원금으로 2002년에 3백80만원, 2003년에 5백60만원이 지원된 바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 해설 : 한국체육교육학회의 학술지 중복 출간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전모가 드러난 한국체육교육학회의 '동일논문 중복 발간'은 학계가 서류 조작 등으로 등재(후보)학술지를 만들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기정사실화시킨 측면이 크다.

그간 학계에서는 교수들이 문서 위조, 논문의 중복 게재, 탈락 논문수 뻥튀기 등 비양심적 행위를 통해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학회지 등급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들이 무성하게 제기돼왔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었다.

□ 학술지 중복 발간 후, 가짜 서류 올려 = 이번 문제가 된 한국체육교육학회는 학회지의 발행 년도를 조작해 '등재후보학술지'가 된 경우다. 1997년 8월(제2권 제1호)에 발행한 학술지를 1999년 2월(제3권 제2호)에 표지와 발행년도만 바꿔 중복 발행한 다음, 학진에는 정기적으로 년 2회씩 학술지를 발간했다고 보고했던 것이다. 학진에 따르면, 한국체육교육학회는 '제3권 제2호'의 표지와 판권기를 학술지 평가에 자료로 첨부하기까지 했다. 2002년 상반기 평가 당시,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수가 5백73명에 달하는 학회에서 2년 전에 발행했던 학술지를 재탕했을 뿐 아니라, 관련 허위 증빙서류를 학진에 올린 셈이다.

더구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정보서비스(http://www.riss4u.net)'에서 논문 검색만해봐도 금새 들통날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는 한국체육교육학회가 1999년에 게재했다고 하는 논문들을 모두 1997년 제2권 제1호에 실린 논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회의 의도적인 조작을 통한 발행된 학술지 '제3권 제2호'가 학진의 학술지 평가 뿐 아니라, 교수신규임용, 재임용, 승진심사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별도의 조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원회 소속 백원우 의원(열린우리당)은 "제3권 제2호에 게재된 연구자의 논문이 교수임용 또는 승진심사 등에 연구실적으로 제출됐을 수 있다"라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 감사를 강력히 요구한 상태다.

 

 

 

 

 

 

 

 

 

□ 학진, 어떻게 조치하나 = 학진은 국정감사에서 '한국체육교육학회에 대한 조치 미흡' 등이 지적되자, 이번 기회에 학술지 평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진은 국정감사에서 '한국체육교육학회에 대한 조치 미흡' 등이 지적되자, 이번 기회에 학술지 평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진은 2003년 8월 27일 '한국체육교육학회의 동일논문 중복발간'을 안건으로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허위서류 제출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을 심의했지만, 이후 행정상 착오로 인해 조치를 취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체육교육학회 학술지 평가 적정성과 관련, 학진은 "당시 서류를 근거로 한 정량평가와 분과위원 평가, 주제전문가 평가 등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며, 학회가 제출한 자료에서는 서류의 허위성 등을 판별할만한 증거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위서류 제출에 관해서는 "조사를 더 해야겠지만, 허위 서류 제출은 공지사항의 내용을 위반한 것이며, 위반했을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사전에 설명했기 때문에 제재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학진은 학계 대내·외적으로 학술지 평가와 등재(후보)학술지 논문 게재 등에서 서류 조작, 실적 부풀리기, 논문쪼개기 등 교수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크게 문제시됨에 따라, 학술지 평가의 엄격성, 학술지의 권위 확보 방안, 학술 논문에 대한 질적 평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욱 학진 기초학문부장은 "학술지 평가는 학회지들이 일정정도의 수준을 지니도록 유도하고자 추진된 것인데, 애초의 목적과 의도와 달리 각 대학들이 과열된 양상으로 신규임용, 재임용, 승진 등에 학회지의 등급을 활용하고 있어,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즉 학술지 평가가 학회의 적절한 편집위원 구성, 정기적인 발행 등 최소한의 토대를 갖추도록 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등재학술지가 되기 위한 학회들의 부도덕한 편법 등이 심각할 정도로 나타났다는 평가였다. 학회들의 비양심적 행태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덧붙여 지적했다. 

학진에 따르면, 2천여개가 넘는 학회 가운데 현재 등재(후보)학술지로 평가를 받은 학술지는 1천1백20종이며, 2004년만해도 평가대상인 학술지는 계속평가중인 6백56종과 하반기 신규평가 대상 학회지 72종 등 총 7백28종에 달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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