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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조치 기다리는 충청권 대학·연구자들
후속조치 기다리는 충청권 대학·연구자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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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신중한' 대안 필요

지난 달 25일 시정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국가균형발전전략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을 세워 반드시 추진하겠다”라고 천명함으로써 신행정수도 건설을 대체할 만한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정치권 내부에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방안은 대략 세 가지. 첫 째는 행정특별시 건설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문에서 “헌법상의 수도는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라고 정의함으로써, 청와대와 국회만을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국가기관을 행정 수도 입지에 내려 보내겠다는 방안이다.

 
둘째는 과천과 같은 행정타운을 조성하자는 안. 서울·과천·대전에 이은 제4정부 청사를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공주와 연기 지역에 건설하는 방안이다. 행정특별시의 경우 또 다른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지만, 이 방안의 경우 한나라당 안과도 비슷해 정치적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나라당에서는 ‘과학기술 행정도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충청권을 대전·대덕, 아산·천안, 오송·오창·청주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고, 대전·대덕은 ‘행정도시+과학기술도시’, 아산·천안은 ‘기업도시+대학도시’ 그리고 오송·오창·청주는 ‘생명공학도시’로 만드는 방안 등이다. 관련 학계는 이런 대안들에 따라서 그 근거를 뒷받침하는 칼럼들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 대체방안에 대해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외부효과를 내심 기대하던 충청지역 대학들은 뜻하지 ‘외풍’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북대와 통합을 논의하던 충남대는 오는 12월 초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통합 관련 투표를 계획했으나 이를 늦추기로 했다.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이전 충남대 교수협의회가 통합 건을 투표에 부쳤을 때 약 75%가 통합에 찬성했지만, 위헌 판결 이후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능진 충남대 기획정보처장은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해 일종의 패닉상태에 빠졌지만, 충북대와의 통합은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이후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인 밑그림이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천안공대와 통합을 추진하는 공주대 역시 마찬가지다. 이해준 공주대 기획연구처장은 “행정수도가 오니까 당연히 대학이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본다”라며, “어차피 대학 발전은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학내구성원들이 바람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고 소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점은 감추지 않았다. 이 처장은 “수도 이전이 거품이었더라도 ‘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하고, “위헌 판결이후 아마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또, “어떠한 방안이 제시될지 모르겠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더 이상 정부 정책이 뒤집어질 경우 충청권 대학들도 '가만히' 못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과정에서 연구자로 참여했던 교수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아쉬움을 털어놨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파급효과와 균형발전 효과 추정’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던 조규영 안양대 교수(도시정보공학과)는 수도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해 “복합적인 생각이 든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조 교수는 “비수도권에 혜택을 주더라도 수도권에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밀어부치기 식으로 일을 추진했던 것을 비판했다.

김삼옥 서울대 교수(대한지리학회장) 역시 “장기간의 연구와 국민투표가 진행됐더라면 이런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해 2월 대한지리학회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여론수렴 과정에서부터 이런 주장을 해왔던 터라 더욱 아쉬움이 큰 듯 했다.

하지만 두 교수 모두 국토균형발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고 나름의 방안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축소된 수이더라도 공공기관이 지방에 내려간다면 균형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김 교수는 “수도이전에 버금가는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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