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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서울' 대학 입학제도 논란
교수논평- '서울' 대학 입학제도 논란
  • 최현섭 강원대 총장
  • 승인 2004.11.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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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섭/ 강원대 총장 ©
  “고교등급제요? 우리도 그런 고민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앙 언론들이 고교등급제 적용 관련 논란에 매달릴 무렵, 지방대학 총장 모임에서 나온 푸념의 하나이다. 그렇다. 지금 지방대학들은 고교등급제가 좋으니 나쁘니 논할 여유가 없다. 입학 정원을 채우는 것이 답장 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체는 없고 그나마 중소기업들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으니 단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려면 정신없이 뛰어야 한다. 대학원생들마저 서울로, 서울로 빠져 나가니 교수들은 밤 세워 실험실에 붙어 있어야 하고, 도표 작성과 논문 편집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서울의 대학들과 중앙 언론들의 뜨거운 논란은 지방대학에게는 사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적은 좀 낮지만 원석 상태로 남아 있는 학생 하나하나를 보석으로 만드는데 진력해야하기에 대학의 자율성은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국책 사업을 수주하려면 대응 자금을 얻어야 하니 지방자치단체에 하소연하러 다녀야 하고, 등록금을 분납하는 학생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니 본고사나 기부금 입학제는 꿈도 못 꾼다.

 

  서울에만 대학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서울 소재 대학의 문제가 대학 전체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지방대학이 빠진 대학교의 경쟁력이란 반쪽에 불과하며, 지방대학의 문제를 도외시한 입학제도 논란은 편협 그 자체이다. 서울 소재 대학만 고려한 정부 정책은 지방대학을 고사시킬 수 있고, 서울 소재 대학교의 자율성이 확대되면 지방대학의 자율성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대학의 편입생 모집 자율화는 지방대학의 공동화를 부추겼고, BK21사업은 지방 인재의 서울 집중을 가속화하지 않았던가.

 

  최근의 대학입학제도 논란은 이 같은 서울 중심의 틀에 갇혀 있었다. 아니 그 틀은 해방 후 지금까지 거의 모든 영역의 불문율처럼 돼 있었다. 언론도 정부도 서울 사정을 국가 사정인양 치부했고, 서울 소재 대학의 해법이 전체 대학의 해법처럼 취급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진단은 객관적이고, 지방대학의 문제 제기는 지역 이기주의처럼 대하기 일쑤였다. 지방대학의 열악성은 서울 편향성의 산물일 수 있는데 경쟁력 부족으로 낙인찍었다. 

 

  문제는 그러한 경향이 계속 고착돼 간다는데 있다. 심각한 것은 대학의 교수와 총장 가운데에도 거기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수와 총장이 누구인가. 누구보다도 냉철해야 하고 무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위치가 아닌가. 그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자기 지역, 자기 계층, 자기 대학의 시각에 매달리고 자기에 유리한 대안만을 고집한다면 사회는 상당한 혼선에 빠질 수 있다. 만약 영향력 높은 대학, 숭앙받는 총장이 그리하면 대립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사회 현상은 상호 의존적이며 복합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초중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필자가 봐도 대학의 자율성은 분명 획기적으로 확장돼야 한다. 국립대 총장은 직원 인사권 하나 제대로 행사할 수가 없고 재정 집행에도 제약을 너무 많이 받는다. 법령에 묶여 행정 조직도 바꿀 수 없고, 정부의 정책과 지침 때문에 대학의 실정과 총장의 비젼은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따져 보면 확장해야 할 대상은 무수하다. 학생 선발의 자율성은 지극히 작은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대학의 자율성은 무제한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것은 인재 독점과 명문대 집착의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국가적 난제인 교육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금물이다.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뛰어난 인재,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존경받는 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체제 확립이 전제돼야 한다. 이제라도 서울 소재의 대학들과 지방 대학들이 힘을 합쳐 그 자율성을 확장하고 국가적 난제들을 풀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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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0 05:28:28
교수가 밤새워 실험실에 붙어 있는것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나봅니다... 이런 대학의 공동화는 계속 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