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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문제연구소, 교수 연구업적에 ‘빨간 딱지’
공안문제연구소, 교수 연구업적에 ‘빨간 딱지’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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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용공•반정부로 낙인…교수 1천명, 국보법 폐지 서명운동

국정감사를 통해 공안문제연구소의 사상검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공안문제연구소가교수들의 논문, 저서를 비롯한 강의계획서까지 검열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7일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공동의장 김세균 서울대 교수, 이하 민교협) 등 교수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공안문제연구소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공안문제연구소가 감정대상으로 삼은 문건에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의 역사사회학 강의계획서, 고려대 입학관리과의 ‘논술 길라잡이’가 포함돼 있기도 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미학)의 ‘미학오디세이1,2’,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신문방송학)의 ‘리영희 교수 대담록’ 등은 찬양․동조로 분류됐다. 또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역사학)가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1970년대 반미가 없었던 것이 비정상적이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용공’이라고 감정하기도 했다. 

공안문제연구소는 1992년부터 지난 8월까지 7만3천2백91건을 검열하고 감정결과를 좌익․용공․반정부 등으로 분류했으며, 지난 6월부터는 국가보안법의 용어를 따서 선전선동․찬양동조․기타로 바꿔 감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김세균 교수(사회학)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역사학) 등은 감정대상이 됐던 자신의 표현물에 대한 감정실태를 신랄히 비판했다. 김세균 교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노동운동의 과제’라는 저작에 대해, 안병욱 교수는 ‘6월 민주항쟁의 계승과 민족민주운동의 과제’에 ‘반정부’ 낙인을 찍혔다. 한홍구 교수는 한겨레 21에 연재하는 ‘한홍구의 역사이야기’가 통째로 검열대상에 올랐으며, 4월에 게재한 ‘친일파에 관한 명상’은 ‘찬양동조’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가보안법과는 무관해 보이는 조주현 계명대 교수(여성학)의 ‘폭력적인 성매매 구조에 대한 여성주의적 시각’,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의 ‘러버트 파크의 인간생태학 이론’ 등도 검열 대상에 올랐다. 

연구논문을 비롯한 강의계획서까지 국가보안법을 들이대자, 교수들은 “학문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은, 교수 1천명이 서명한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서를 낭독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김세균 민교협 공동의장은 “국가보안법은 이제는 끝을 봐야 할 악법”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 교수 1천인 선언을 발표하는 오늘을 기점으로 국가보안법이 완전폐지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국 교수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서명운동은 지난 9월 중순부터 각 대학, 지역별로 이어져 지난 9월 14일에는 전북지역 교수 5백60명이, 20일에는 부산울산경남지역 교수들이, 25일에는 대구경북지역 교수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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