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2-03 19:10 (금)
좋은 건축, 옳은 도시를 향한 여정
좋은 건축, 옳은 도시를 향한 여정
  • 장동석
  • 승인 2021.05.13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해법』 김성홍 지음 | 현암사 | 360쪽

가장 빠른 속도로 건축물 지은 서울 
공공주택 반대하는 이기주의 확산돼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창궐은 특히 도시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인간의 효율과 편의, 나아가 인간 욕망이 집합체로 만들어진 도시, 특히 대도시는 팬데믹에 속수무책이었다. 분산이 답이지만, 그것에 앞서 현실 인정과 자각이 앞서야 한다. 지금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석학 자크 아탈리의 표현처럼 “지금이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또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하는 것 이다. 

도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자리, 즉 주거 형태에 따라 결정되고, 역으로 도시의 풍광과 시대적 징후에 따라 그 모습으로 달리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의 주거, 그리고 내일의 도시’를 새롭게 고찰해야 하는 이유는 명징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가 속도가 붙고 있지만 현재적 혹은 미래적 징후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코로나 이후 또 다른 팬데믹이 언제 어느 때 우리 앞에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빠른 건축으로 성장통 생긴 서울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부)의 『서울 해법』은 블랙홀과도 같은 서울의 땅과 건축에 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수도로 630여 년, 그 사이에도 서울의 모습은 천변만화(千變萬化)했지만, 특히 지난 60년 동안 녹지를 제외한 시가화(市街化) 면적의 70퍼센트 이상이 갈아엎어졌다. 저자에 따르면 여러 겹의 천조각을 기운 “헌 옷 같은 새 옷”이 바로 서울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건축물이 지어진 도시이기도 하다. 성장통이 없을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요동치는 것도 그 결과 중 하나다. 

건축과 도시의 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집단주의’ 혹은 ‘이기주의’다. 저자는 도시와 건축에 있어 가장 오염된 단어로 ‘커뮤니티’를 꼽는다. 쉽게 ‘공동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영어를 사용해 “동질성으로 묶인 집단”으로 오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티가 바로 아파트 단지다. 외부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물리적 경계는 물론 심리적 경계까지 만드는 설계안이 새로 짓는, 아니 이미 있는 아파트 단지들에도 넘쳐난다. 문제는 왜곡된 공동체 개념과 집단주의가 공공주택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강남은 공공이 주도한 양질의 도시 인프라를 마치 자신들이 만들어낸 양 과도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저자는 ‘옳은 도시’와 ‘좋은 건축’ 개념을 제시한다. 먼저 좋은 건축이란 기본에 충실한 건축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격과 품질을 갖춘, 지속 가능한 건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5~10년 이 지나면, 이를 테면 한국의 아파트처럼, 급격히 품질과 성능이 떨어지는 건축은 나쁜 건축이다. 저자는 1퍼센트의 좋은 건축과 99퍼센트의 나쁜 건축으로 이뤄진 도시가 아닌 10퍼센트 좋은 건축이 바탕을 이루는 도시, 즉 ‘옳은 도시’를 만들어 나가야 한 다고 강조한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얻은 해법은 하나다. 분산이다. “좋은 건축이 한 곳에 쏠리지 않고 도시 전역에 골고루 분산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서울을 벗어나도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건축, 도시 환경을 만 들어야 한다. 크고 값비싼 하나가 아닌 그것을 열 개, 아니 스무 개도 넘게 만들어내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이 넘게 지옥을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듯하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