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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과학교재의 두 '고전' 번역돼
화제의 책_ 과학교재의 두 '고전' 번역돼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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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과학공부의 즐거움

칠판 가득 적힌 전문 공식과 차가운 실험실에만 자리 잡은 협소한 과학의 상아탑을 벗어나 학제간 소통의 길을 탐색해 과학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히고, 다른 한편 대중들을 과학의 세계로 초대하여 과학의 폐쇄적 전문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학문의 논리’(간디서원 刊)와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승산 刊)는 과학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들이다.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비판적 사고’ 강의의 교재로도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는 ‘학문의 논리’는 ‘과학적 추리’를 통해 특정한 과학적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으로서의 과학이나 기타 학문의 논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기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총3부로 이뤄지는데 1부에서는 물리학, 인지과학 및 생물학의 이론적 가설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기법을 설명하면서 과학적 추리가 무엇이며, 왜 과학적 추리를 이해해야 하는지를 얘기한다. 과학적 추리의 원리를 이해한 독자들은 2부와 3부를 통해 일상에 친숙한 과학적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알콜 섭취 등의 사회 현상을 통해 일반 사회과학의 통계적 가설을 평가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2부는 사회 현상의 기저에 깔려 있는 과학적 추리의 모습을 드러내며, 3부는 개인이나 공공 기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개입되는 가치 기준에 과학적 지식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각각의 주제들은 일반적 개념에 대한 구체적 예를 통해 일상적 사고에의 흡착력을 높인 다음 연습 문제를 통해 생활의 응용력을 배양하는 체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적 정보를 소화해서 개념화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빨간책’으로 알려진 물리학도의 필독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물리학의 신비한 매력에 호기심을 갖고 물리학을 선택하지만, 대학 입학 후 저학년 동안 고전 물리학의 지루한 학습을 반복하면서 ‘바보’가 되어가는 ‘안타까운 천재들’을 위한 새로운 물리학 강의 교재다.

40년대 확립된 기존의 물리학 교육은 비가시적인 미시세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원자들의 세계를 복잡한 수학공식을 통해 칠판 가득이 풀어 놓고 그 공식을 암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 과학교육의 위기를 야기했다.

파인만은 칼텍의 저학년을 위한 기초물리학 강의를 시작하며 칠판에 갇힌 원자들의 세계를 우리의 일상 세계로 확장시켜 사물의 이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했다. 그의 강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교수들에게까지 수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물리학 이해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된다.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파인만 물리학 강의의 완역본은 총52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역학, 복사, 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세기 전의 미국과 유사한 과학교육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파인만이라는 위대한 물리학자의 재치있고 깊이 있는 학문 세계가 과학교육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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