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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로스쿨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교수논평-로스쿨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
  • 김세균 서울대
  • 승인 2004.10.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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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 / 서울대 정치학과 •전국 민교협 상임대표 ©
지난 10월 5일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는 그간 사법개혁 차원에서 논의해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방안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그 방안의 골자는 2006년까지 로스쿨로 전환할 법학대학을 선정하고 2008년부터 로스쿨을 설립하며, 매년 1천2백명 선에서 입학생을 뽑아 3년 교육과정을 거쳐 이들을 법률전문가로 양성해 배출한다는 것이다.

사개위의 로스쿨 도입 방안은 법조계의 이해를 졸속으로 봉합하고, 로스쿨 설립이 가능한 대학의 이해만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오늘날 한국의 고등교육체제와 학문체제가 지닌 문제점들을 새롭게 확대재생산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조건을 갖춘 10개 대학에게만 로스쿨 설치를 인정하는 것은 로스쿨을 유치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의 격차를 심화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주로 수도권의 명문대학들이 로스쿨 설치 자격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지방인재들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지방대학의 황폐화가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개위 안대로 로스쿨을 도입할 경우 로스쿨 등록금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가난한 집안 자제들의 로스쿨 입학을 봉쇄하고 법조인으로서의 활동을 돈벌이를 위한 활동으로 전락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게다가 입학생 정원을 1천2백명으로 하는 것은 오늘날 법조인이 누리는 사회적 특권을 최대한 유지시키려는 방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로스쿨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은 이른바 ‘고시낭인’을 없애고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간에 상생구조를 창출함으로써 대학이 ‘고시학원’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으며,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닦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에 기여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로스쿨은 거기서 더 나아가 공공성의 확보, 대학서열화의 타파, 지역간 균형발전에의 기여와 같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대학개혁의 다른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에서 도입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로스쿨을 기존의 대학이 아니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교육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수익부담원칙을 적용할지라도 로스쿨 학생이 국립대 대학원 학생이 부담하는 수준 이상을 부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로스쿨 도입이 대학 서열화 해소와 지역간 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전국의 대학을 권역별로 나누어 로스쿨을 ‘권역별 국•사립대 통합네트위크’ 소속으로 하고, 입학생 정원의 많은 부분을 해당 네트워크 소속 국•사립대 학생들에게 배정해야 한다. 아울러 학부성적을 로스쿨 입학에 가장 많이 반영하고, 로스쿨에서 배출하는 법조인의 수가 매년 2천명 이상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이 법학자 양성이라는 일반대학원 기능도 아울러 맡도록 하고, 로스쿨의 설치와 더불어 전국의 모든 법대를 없애는 동시에 법학전공 교수 전체를 해당 권역의 로스쿨 교수로 이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경우 학부과정에서의 법학 관련 기초과목은 이들 교수들이 출강해 강의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로스쿨 도입이 향후 행정대학원, 경영대학원, 교육대학원 등을 도입하고 의학대학원을 재편하는 등 대학의 학문•교육체제의 전면적인 개혁을 추동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에서 드러나다시피, 한번 잘못된 법이나 제도를 일단 도입하고나면 그 피해는 실로 막중하고 그것을 바꾸는 데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 점에서 로스쿨 도입이 일정에 오른 지금이야말로 그 도입이 올바른 대학개혁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게 하기 위한 대학구성원 모두의 비상한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요청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주관하는 로스쿨 도입방향에 대한 공청회가 오는 26일 개최될 예정이다. 이 공청회가 새로운 대안적 로스쿨 도입 방안을 확정하고 그 방안을 관철하기 위한 본격적인 운동 전개의 시발점이 되도록 많은 교수가 이 공청회에 참석해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뜻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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