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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일 서울대 교수의 ‘교수법 가이드’
나승일 서울대 교수의 ‘교수법 가이드’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10.1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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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의의 비결은 ‘수업계획’…학업스타일 파악 중요


서울 강남 소재 대형서점인 ㅇ문고. 교육학 서가에는 언제나 교수법 관련 서적으로 넘쳐난다. ‘교수학습방법의 이해’, ‘교수방법의 탐구’, ‘교수방법의 심리적 기초’ 등 고만고만한 이름의 책들이 쌓여 있다. 하지만 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나 강사 입장에서 선뜻 손이 갈만한 책은 거의 없다. 대부분 교육학 강의용 교재로 집필된 까닭이다. 교수방법의 역사적 발전, 교수이론의 소개 등 ‘활용도’ 낮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 때문일까. 어느 교수는 교육학 비전공자임에도 말랑말랑한 입담을 바탕으로 풍부한 강단 경험을 쏟아내 교수법의 권위자가 됐다.

나승일 서울대 교수(농산업교육과)는 지난 해 8월 책을 한 권 냈다. ‘교수법 가이드’다. 딱딱해 보이는 제목이 붙어 자칫 슬쩍 지나칠 수 있지만, 내용이 만만치 않다. 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와 강사들이 당장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교수법 정보를 귀띔해주면서도, 정통 교육학 전공자답게 그것들의 이론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 ‘실용서적’이다.


교수자는 학습목표 성취 도우미

‘교수법 가이드’는 학생을 단순한 ‘지식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로 본다. 학습자는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소위 구성주의 학습관이다. 여기에서 교수자는 학생이 학습 목표를 성취하도록 도와주고 안내하는 도우미다.


‘좋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 나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학습지도안’ 작성이다. 나 교수에 따르면 흔히 강의계획서와 학습지도안을 구별하지 않는데, 이는 구별되는 것들이다. 강의계획서는 어느 한 과목을 한 학기 동안 가르치기 위해 설계한 계획이고, 학습지도안은 일정 단위의 수업시간을 위해 설계한 지도계획이다.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단위 시간별 학습지도안 작성이 필수다. 예컨대 ‘다양한 수업방법별 특징 이해’라는 학습주제로 1백50분짜리 수업을 진행한다면, 수업을 시작·전개·정리, 3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수업활동 내용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어가야 한다.

수업의 시작 단계에서는 ‘그동안 받아본 수업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수업이나 색다른 수업방법은 무엇인가’, ‘섬머힐과 같은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할까’라는 식으로 학습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까지 고민해야 한다.

수업 전개 단계에서는 교수내용에 따른 교수방법과 학생평가 방법을 선택하고, 각 단계별로 적절히 시간을 배분해 놔야 한다. 예를 들어 팀별 협동식 수업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조편성과 역할분담, 팀별 학습결과 발표 방법을 미리 정한다. 발표시간 및 질의응답시간 역시 사전에 결정한다. 수업 정리 단계에서는 수업 내용 정리와 함께, 다음 수업 내용을 예고한다.

‘교수법 가이드’는 또, 날이 갈수록 학업능력과 선행학습 수준에 있어서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 교수가 내놓은 첫 번째 학습지도 방법은 ‘개별화 학습 지도’. 학생마다 개인적인 목표·학습능력·학습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학습자들마다 개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해당 단원의 학습활동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학생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활동을 선택한다. 이 때 평가는 오직 성취목표와 비교해 절대평가한다.

대학 수업에서 항상 소외되기 마련인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는 수업 중 또는 수업 외 시간에 특별지도가 필요하다. 일단 수업중에는 학습부진 학생에게 수업단원별로 새롭게 나오는 용어, 어휘 목록과 해설을 따로 작성해 단원이 시작되기 전에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쪽지시험을 자주 치러 문제를 푸는 습관을 갖게 하고, 시험을 본 다음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채점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학습부진 학생의 발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줘 학습의욕을 고취시키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그리고 수업시간 이외에도 학습부진 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백 명의 학생에게 백 개의 학습처방을

학습우수 학생도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업 중 고의적으로 어떤 부분에 관한 교수내용을 생략하거나 문제를 제시해 학생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주거나, 수업 이외 시간에 학습우수 학생들 끼리 모여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나승일 교수는 “학업능력의 절대적 감소와는 별개로 학생의 학업스타일이 다양해져 감에도 교수의 가르치는 스타일은 달라진 게 거의 없어, 교수가 가르치기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하고,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학업스타일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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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비오 2004-10-19 15:33:13
우리나라는 현재,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려면 교육대학을 졸업해서 임용고사에서 합격을 하여야 하고, 중등학교 선생님을 하려면 사범학교를 졸업하거나 사범계과목을 이수하여 교사자격증을 획득한 후에 치열한 임용고사를 거쳐 발령이 나는 구조인데,,,
대학교 선생님을 하려면 그런 과정적인 절차가 생략된 채, 한 분야에서 특출난 연구와 공부로 일가견을 이루면 해당 전공분야에서 적절하게 뽑아쓰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초,중등학교의 선생님은 교육학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교수법에 대한 지식도 많이 가지고 있으나, 대학교 선생님은 전공에 대해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교수법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그렇다고 체면상 혹은 시간상 교수법의 기본부터 다시 공부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대학에서의 교수법 가이드 라는 책자가 발간되었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허실을 꿰뚫어보고 빈틈을 매우려는-그러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학자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기자가 소개한 내용을 보면 우리의 대학 선생님들에겐 꼭, 반드시 필요한 내용인 것 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