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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행복한’ 고민
나의 강의시간-‘행복한’ 고민
  • 장민수 선문대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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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수 교수 ©

장민수 교수(선문대·국제경제학과)


매년 학생들의 수학능력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고 걱정들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닌 듯 하다. 그 만큼 수준을 낮추고 강의분량을 줄이면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그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에 강의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생활을 접고 대학에 부임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첫 강의에 임했던 그 열의는 아직도 식지 않았지만,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강의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위한 강의’란 교수가 전하고자 하는 강의내용의 기본개념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강의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에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대학 교수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며, 특히 이공대학 교수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경제학과는 보통 사회과학대학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신입생들은 경제학에 있어서 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학생들은 경제학원론을 수강하고서야 수리적인 개념이 경제학을 이해하는데 기본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부 학생들은 뒤늦게 서야 본인의 수학적인 재능에 대한 비교열위를 탓하기도 한다.


이공계열에 속한 전공과목들은 신입생들이 수학의 중요성을 알고 지원하기 때문에 차라리 경제학보다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쪽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수학실력 부족으로 인해 강의진도를 맞출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수학없는 경제학은 존재할 수 없다. 경영학도 마찬가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학은 국가경제, 경영학은 기업경영에 관한 학문으로, 국가는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하고 또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하며 기업도 이윤을 남겨야 하는 것인데, 돈벌이에 대한 손익을 따지는데 수학적인 개념없이 어떻게 이윤달성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수학은 경제학에 필수적인 분석도구인 것이다.


언젠가 서울대 신입생들의 국어, 수학 한문 실력을 측정한 결과 대학수학 능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사실을 들어 “당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아냐”라고 나에게 반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대학이나 우리대학이나 교과서는 똑 같지만 수강하는 학생의 수준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수준차이를 생각한다면 가르치는 분량을 얼마나 해야 하며 학생들을 어느 정도로 이해시켜야 하는지가 고민의 핵심이 된다.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강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 자신이 과연 학생을 위한 강의로서 합격점을 맞고 있는지 매시간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오늘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나의 고민거리이다.


우리 학생들은 수학없이 수학식을 푸는 방법을 교수에게 요구하고 있다. 정말로 훌륭한 교수는 어려운 것을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데 난 왜 그렇게 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난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자문해 보지만 적절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수학적인 개념을 수학적인 식이나 그래프를 사용하지 않고 말로서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이는 마치 시각장애인에게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써야 할 것이다.


가끔 난, 내가 훌륭한 교수가 되는 것 보다, 훌륭한 교수들을 우리 대학으로 초빙하여 학생들을 가치게 하는 것이 나의 고민을 조속히 그리고 끝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는 공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은 정말 행복한 고민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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