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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돌고래, 내편 네편 가르며 협력한다
수컷 돌고래, 내편 네편 가르며 협력한다
  • 김재호
  • 승인 2021.05.06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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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SF ⑨

유전 아닌 학습 통해 대상을 구분
1·2·3차로 이어지는 중첩된 협력 관계 형성

수컷 돌고래가 ‘내편’의 이름을 휘파람 소리로 식별한다는 게 밝혀졌다. 팀을 구성해 다른 동료를 돕기 위해서다. 돌고래의 이런 능력은 동물의 왕국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수컷 돌고래는 내편과 적을 구분해 1·2·3차로 이어지는 중첩된 협력 관계를 이끌어낸다. 

지난달 22일 『네이처』에는 ‘수컷 큰돌고래(병코돌고래)의 협력 기반 개념 형성’ 논문이 공개됐다. 같은 날 『사이언스』가 이전 연구들과 함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2016년부터 호주 서부에 있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샤크만(Shark Bay)에서 진행했다. 

과학자들은 약 60여 년 전에 돌고래의 휘파람 소통과 식별을 알아낸 바 있다. 2013년도에는 돌고래가 소리를 흉내내고 서로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습격과 약탈, 암컷 돌고래 차지를 위해 서로를 인식한다는 게 드러났다. 예를 들어, 돌고래는 팀을 구성해 자신의 친구를 돕는다. 그 팀이 아닌 다른 수컷 돌고래가 암컷 돌고래를 빼앗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돌고래는 특정 휘파람 소리로 12마리 이상의 이름을 외울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건 돌고래의 학습력 때문이다. 아기 돌고래들은 어미 돌고래로부터 휘파람 소리 내기를 배운다. 심지어 포획된 수컷 돌고래 한 쌍은 서로의 휘파람 소리를 흉내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의 해양포유류 생물학자인 피터 타이크에 따르면, 원숭이는 먹이나 적을 발견하면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이는 유전적인 것이지 학습의 결과가 아니다. 

수컷 돌고래들은 중첩된 연락망을 형성하기 위해 휘파람 소리로 서로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픽사베이

휘파람 소리로 팀원을 분별

연구를 주도한 영국 브리스톨대 행동 생물학자 스테파니 킹은 “수컷 돌고래들은 최소 40년에서 평생 동안 함께 지낸다”고 밝혔다. 돌고래가 집단 사회를 구성하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팀 구성원들을 인식한다는 건 보기 드문 연구결과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의 행동 생태학자 루크 렌델은 “이번 발견은 정말 획기적인 연구이다”라고 말했다. 

수컷 돌고래는 일반적으로 2∼3마리씩 1차 동맹을 맺는다. 임신 가능한 암컷을 찾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이어서 수컷 돌고래는 14마리 정도가 2차 동맹을, 그 다음엔 더 많은 무리가 3차 협력 관계를 맺는다. 자신들의 암컷 돌고래를 탐하는 다른 무리의 수컷 돌고래를 쫓아내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수중 마이크로 돌고래가 어떤 휘파람을 부는지 추적했다. 특히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수중 스피커를 배치하고 휘파람을 불어준 결과, 2차 동맹을 맺은 돌고래의 90%가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돌고래를 뜻하는 영어 ‘dolphin’은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delphí’에서 유래했다. 과학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암컷 돌고래의 휘파람 소리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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