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이어준 ‘길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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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달이 뜬 밤에 한 인물이 동자와 함께 멀리 보이는 사찰을 향해 ‘月行’하는 장면을 표현한 조선중기 조속의 ‘책장도’, 매화를 찾아나선 맹호연이 시흥에 잠긴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기려도’ 등은 상상의 산물이고, 고전 속의 여행이다. ‘臥遊’라고 일컬어지는 조선 중기까지의 이런 흐름은 이후로 오면서 명승지에 대한 유형화된 그림과 많은 회화지도로 변해간다. 백은배, 이방은을 비롯 많은 ‘필자미상’의 그림들이 관동팔경, 관서십경을 표현하고 있다.
조선후기의 진경산수화에 오면 유교적 도교적 이상이나, 여행을 통한 화가의 감동보다는 대상 본래의 모습을 표현한다. 따라서 한국적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잘 드러난다. 실경에 충실한 건 현대 한국 화가들에게 전통으로 이어지는데, 김천일, 유근택, 정재호는 각기 다른 기법의 붓질과 먹을 사용해 여행길을 화폭에 담아냈다. 유근택이 지방대 강의를 위해 유성으로 떠난 게 여행이라면, 그건 ‘일상’과 동의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일과 정재호의 풍광도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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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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