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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상 타당성 잃은 경우, 재량권 남용”
“사회통념상 타당성 잃은 경우, 재량권 남용”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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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임용 불합격처분 취소 판정

교수임용은 대학의 자율이라며 한 발짝 물러서 있던 행정당국이 불공정한 교수공개채용에 대해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18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공개채용불합격처분취소청구’ 행정심판 사건에 대해 ‘피청구인인 충남대 총장이 2003년 2월 18일 지원자인 청구인에 대하여 한 교수공개채용불합격처분을 취소한다’라고 재결했다.

 

2002년 2학기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신임교수 임용에 지원했다 탈락한 백 아무개씨는 2003년 2월 “심사대상으로 제출하지도 않은 논문이 심사돼 논문 중복처리로 교수임용에서 탈락했다”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는 지난 8월 30일 ‘청구인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의결했고, 교육부가 이를 재결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재결문에서 “대학교수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가 대학교수 등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적인 학식과 교수능력 및 인격 등의 사정을 고려해 합목적적으로 판단할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임용권자가 채용후보자 등에 대해 임용거부를 함에 있어서 심사절차 및 그 내용이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이를 남용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교수임용의 자율권도 사회통념이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대 불어불문학과 임용 논란은 지원자가 심사대상으로 제출하지 않은 논문을 심사하고, 이를 근거로 제출 논문이 중복된다고 판정해 감점 처리한 것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지원자인 백 씨는 충남대와 파리8대학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받고, 심사대상으로 파리8대학 박사학위논문과 일반논문 2편을 심사대상 연구실적물로 제출해 전공적격심사에서 합격했다. 그러나 심사과정에서 일반논문 중 1편이 심사에 제출하지 않았던 충남대 박사학위논문과 중복된다는 판정을 받아 다음 단계인 연구실적물심사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이후 백 씨는 심사결과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교육부가 “일부 합격자의 경우 제출한 일반논문 1편과 박사학위논문이 동일한 내용임에도 중복판정하지 않고 만점을 주는데 반해, 청구인에 대해서는 제출하지도 않은 논문을 심사해 중복 판정하는 등 형평에 어긋나다”라며, 백 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교육부의 처분에 따라 충남대는 백 씨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교육부의 재결 취지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게 됐다. 장동일 충남대 교무연구처장(농업과학부)은 “합격자가 이미 채용됐고 청구인이 최종 면접대상자가 아니라 심사도중 탈락해 사안이 복잡하다”라며 “법률 자문을 받으며 처리 방안을 연구•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행점심판위 관계자는 “행정심판위나 교육부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제시하지 않았지만 공개강의심사를 남겨놓고 탈락한 경우, 청구인이 입은 피해 등을 고려해 공개강의심사를 거쳐 특별채용의 기회를 주는 것이 상례”라고 설명했다.

 

교수채용 지원자가 불합격처분 취소청구를 해 승소한 것은 올해만 세 번째로 충남대를 제외한 두 건의 경우, 합격 처분을 하거나 특별 채용을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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