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30 (금)
현장스케치 : 무대 뒤에서 만난 락커 교수들
현장스케치 : 무대 뒤에서 만난 락커 교수들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공회대 8인의 인권교수, 평화를 노래하다

신영복 교수 “말 궁둥이에 붙은 쇠파리가 천리를 간다.”

한홍구 교수 “나 같은 음치도 무대에 설 수 있다.”

김성수 총장 “내 마이크는 꺼요.”


지난 2일, ‘Shout Asia, 평화를 노래하는 교수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가수’ 공연을 위해 리허설이 한창인 시각, 무대 뒤에서 교수들을 만났다.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을 비롯한 ‘인권교수’로 불리는 신영복(사회과학부), 김동춘(사회과학부), 김진업(사회과학부), 김창남(신문방송학과), 박경태(사회과학부), 조효제(사회과학부), 한홍구(교양학부) 교수가 노래연습에 한창이다.

 

공연 시작 전 마지막 리허설이었지만, 김동춘 교수가 지각을 해서 8명의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해본 적이 없게 됐다. 결국 실제 공연이 첫 리허설인 셈이다. 마지막 리허설에도 여지없이 지각을 한 김동춘 교수가 뒤늦게 도착하자, 한홍구 교수가 능청스레 면박을 준다. “백댄서가 늦게 오면 어째? 구석에 가서 혼자 연습해. 내가 감독해야지. 껄껄.”

 

연습은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교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늘까지 네 번 연습했어요. 어제 연습한다고 노래방 가서는 그냥 놀다 왔어요. 원래 학생들도 시험공부한다고 모여서 놀잖아요.”(모두 웃음)

 

리허설 중 신영복 교수는 “오랫동안 (감옥에서) 노래없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멀리 흘러가는 강물만 바라보다가, 오늘은 내가 노래의 강물 속에 뛰어든 느낌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분장실로 들어서자, 가사 틀린 사람 색출하기에 바쁘다.

김진업 교수는 “가사 틀린 거 전데요”라며 멋쩍게 손을 들었다.

 

신영복 교수는 “노래 가사가 논리적이 아니야”라며 때 아닌 가사 타박을 하기도 했다. “산이 왜 강에 스미는지, 밤이 깊을수록 왜 쓰다듬다가 부둥켜 앉는지, 논리적으로 상상 하다가 보면 가사가 헷갈려요.” 신 교수의 불평에 분장실에 모인 교수들은 박장대소했다.

 

김동춘 교수는 “딱딱한 사회과학자들이 노래하려니 감수성이 딸려요”라고 맞받아쳤다. 그래도 일명 ‘노래방 기계’로 불리는 김동춘 교수는 가사만큼은 정확하다. 공연 시작 전까지 분장실 한 편에서 가사를 외우던 김진업 교수는 결국 ‘커닝 페이퍼’를 만들었다. 김 교수의 커닝 페이퍼를 보다 못한 조효제 교수는 “그러게, 나처럼 적어 가지고 다니면서 외웠어야지”하면서 작은 수첩에 빽빽이 적힌 가사를 넌지시 보여준다. 

 

이처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은 김창남 교수의 아이디어였다. 좋은 행사에 교수라고 노래 못 할 것 있느냐는 생각에서였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싼 맛에 교수들이 나가서 공연도 하고 그랬죠”라는 박경태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콘서트는 ‘아시아 시민사회 풀뿌리 지도자’ 육성기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교수들과 성공회대 03학번인 윤도현 씨, 강산에, 뜨거운 감자가 노 개런티로 참여해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김 총장은 “동남아시아 학생들이 성공회대에서 와서 공부하려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라며 “한국이 민주화운동의 본산이고 성공회대가 민주화운동 자료를 쌓아놓은 창고나 다름없는데, 아시아의 연대를 위해서도 학생들을 돕고 싶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이번 콘서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무대에서 김창남 교수는 ‘사랑해도 될까요’를 독창하고, 김진업, 김창남, 박경태 교수는 트리오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와 ‘Knocking on heaven's door’를, 8명의 교수는 합창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