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7:50 (토)
도올논어’를 보는 안팎의 시선
도올논어’를 보는 안팎의 시선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5.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올 김용옥의 일본베끼기』 외
『도올 김용옥의 일본베끼기』
『아카필로』,
『전통과 현대』

몇해전 죽이기 살리기의 공방에 내몰렸던 공자가 도올 김용옥의 TV강좌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다. 현재 ‘도올논어’에 대한 비판서들이 쏟아져 나오 통에 ‘논어’는 가히 신고전이라 할만큼 해석의 두께를 얻어가고 있다. 지금의 논어해석 열풍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올이 바랬던 현상이기도 하다. 형해화한 ‘논어’를 ‘바이블’의 위치에서 끌어내려 하나의 텍스트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비판의 도마에 오른 ‘도올논어’가 줄곧 성취하려했던 지향점이다.

그간 도올의 논어해석에 대해 주류학계는 침묵으로 불편함을 표현하는 데 그쳤다. 숭배에서 경멸까지 극단의 평가 가운데 방치되어 있던 ‘도올논어’에 대해 늦게나마 유학계 내부의 평가가 시작됐다. 황희경 성심외대 교수가 침묵을 깨고 철학 격월간지 ‘아카필로’ 3호에 ‘도올논어1’에 대한 본격서평을 발표한 것이다.

황 교수는 도올의 논어해석이 일본 유학자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의 ‘공자전’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나간다. 성인 공자에 대한 반동으로 설정된 인간 공자의 모습, 인간적 면모를 드라마틱하게 강조하기 위해 공자 어머니를 비천한 무녀로 상정하는 과감한 상상력, 공자의 인간적 이미지를 장자와 연결시키기 위해 불가피했던 맹자에 대한 부정적 해석. 이 모든 것이 시라카와의 논어해석과 빼닮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자체는 비판이 될 수 없다고 황 교수는 말한다. 현단계에 맞게 변용한 후 할말을 실어 세상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틀로 활용될 때 고전은 살아날 수 있는 것. 여기에 ‘도올논어’의 한계가 있다고 황 교수는 지적한다. 도올이 영향을 받았던 시라카와의 논어해석은 문화혁명을 맞아 공자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중국의 국제정세에 기인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황 교수는 도올이 오늘의 현실에서 과연 논어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반문한다. “도올은 시라카와의 주장을 단편적으로 따왔다는 혐의가 짙다. 도올은 한구절한구절 알아가는 지적 희열과 깨달음의 환희를 말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언급이 없다.”

‘도올논어’가 일본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지적은 황 교수의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유학과)는 최근 ‘도올 김용옥의 일본베끼기’(동인서적 刊)를 출간했다. 이 교수는 시라카와나 오규 소라이의 사상이 도올에 끼친 영향을 추적하면서 급기야 도올이 그들을 베꼈다고 일갈한다.

그는 도올이 오규의 논어해석을 보면서 “내면을 굉동시키고도 남을 만큼 감동을 받았다”는 구절에 주목해 ‘도올논어’의 배후를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유학자들의 형이하학적 성격으로 인해 공자사상의 핵심인 ‘仁’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기 때문에 자연히 도올의 논어해석도 왜곡일로를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파격적 주장에 비해 이 교수가 책에서 제시하는 논증은 빈약하다. 도올의 일본중심적인 논어해석이 한국인들에게 해독이 될 것이라는 진단에 이르러서는 한민족우월주의의 혐의도 벗을 수 없다. 이 교수 자신은 이런 비판이 거세지면 논증을 보강해 교정판을 출간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유학계 바깥에서는 ‘도올논어’에 동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함재봉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전통과현대’ 15호에 발표한 ‘도올 김용옥의 해석학과 인문주의’에서 도올의 논어해석을 인문주의의 정수로 극찬한 바 있다. 함교수는,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헤르메스의 신화’를 빌려 해석학의 고뇌와 어려움을 말하고 이를 통해 도올논어의 화려한 동서양 가로지르기를 장점으로 세워올린다.

그러나 ‘도올논어’를 둘러싼 여러 해석의 스펙트럼들이, 도올의 말처럼 사건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열매맺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