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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특집: 강의실 위기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신임교수 특집: 강의실 위기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9.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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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지켜야 할 원칙 설정…문제발생시 정면충돌 피해야


강의실에 들어올 때부터 몇 몇 학생이 잠을 자고 있다. 지난 주 가을 축제 후유증이 남아 있나보다. 출석을 부르자, 자고 있던 학생들이 잠에서 깬다. 그런데 유독 한 여학생만 잠에서 깨어나질 않는다. 뒷문 바로 앞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여학생이다. 출석체크를 위해 잠시 고개를 들더니만 이내 잠을 청한다. 떠들지 않고 자고 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눈 한번 질끈 감고 넘어가준다.

강의가 한참 절정이다. 목소리도 덩달아 커져 있다. 갑자기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린다. 뒷문 쪽에서 진동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어느 학생인지 받지도 않는다. 강의의 맥이 끊길까봐 모르는 척 계속 말을 한다.

강의 시작부터 자고 있던 여학생이 부스스 일어나며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든다. 아니 저 학생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저 여학생, 전화를 끊는 게 아니라 엎드려서 전화를 받는다.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버린다. 저 여학생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강의실 위기관리, 예방이 최고

ㅇ대 김 아무개 교수의 ‘동양사학 입문’ 수업 풍경은 전국 어느 대학 강의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 강의실 모습은 고등학교의 그것과 다름없어졌고, ‘대학생의 양식’을 들먹여도 통하지 않은 지 오래다.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여기저기서 벨소리가 울려대고, 맨 뒷자리에서는 잠을 청하거나 신문을 보는 학생이 넘쳐난다.


교수법의 大家들은 강의를 방해하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존 드레아 웨스턴 일리노이대 교수와 그의 동료 교수들은 학기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의실 내 행동에 대한 계약서’를 나누어 주고 서명하도록 한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렇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핸드폰의 전원을 꺼야 하고, 제 시간에 숙제를 제출해야 한다.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문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없다. ‘계약서’ 서명의 다른 한 주체인 교수 역시 정시에 수업을 진행하고, 핸드폰의 전원을 끈다는 것을 약속한다.

드레아 교수는 계약서를 나누어 주기 전까지 학생들에게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지난 학기말 수강생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57%의 학생들이 ‘계약서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드레아 교수 수업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던 마시 토마슨은 “계약서가 필요로 하는 현재의 상태가 슬프지만, 확실히 다른 강의실과 달리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말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일단 강의가 재밌어야 학생들의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예비 교수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로리 리츨린은 “(학생들의 행동이)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하고,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는 이유는 수업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리츨린은 “교수가 명확하고 눈에 띄는 교육 목표를 제시해야만 한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예방책을 마련해도 교수와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덤벼드는 학생이 나타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지난해 6월 ㄱ대 ‘사회주의 경제학’ 수업에서 벌어진 사건은 훌륭한 지침이다.

당시 강의를 담당했던 ㅂ강사는 학생들에게 맑스의 자본론을 독해해서 발표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ㄱ학생 외 2명은 자본론에 대해 발표 중이었다. 하지만 ㄱ학생이 불성실한 발제문을 발표하고, ㅂ강사와 상의없이 발표 순서를 바꾸는 등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자, ㅂ강사는 발표를 제지했다.

 

하지만 ㄱ학생은 발표를 계속했고, 특정 단락에 이르러 문맥을 해석할 수 없게 되자,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넘어갔다. 이에 ㅂ강사는 “너 몇 살이냐, 너 같은 놈은 군대 가서 좀 두들겨 맞아야 한다, 맞고 내려 갈래”라고 말하자, ㄱ학생은 “저는 맞으면 그냥 맞고만 있지는 않는데요”라고 대답, 이에 격분한 강사가 발표자의 뺨을 때렸다. 이후 학교 게시판에서 ㄱ학생과 ㅂ강사 사이에 설전이 벌어질 정도로 사건은 크게 확대됐다.

직설적인 말 말썽 불러

이 사건이 학생의 무례함에서 비롯된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교수자의 적절한 대처만 있었더라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지 않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ㄱ학생이 ㅂ강사에게 보낸 메일에서 확인된다. “거기서 버티고 있을 마음 없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 보자면, ‘너 같은 놈은 군대 가서 좀 두드려 맞아야 되겠다’라는 있을 수 없는 발언이 존재했기에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영권 연세대 학생상담소장(신학과)은 “가장 중요한 건 교수가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학생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형보다는 긍정형으로 말해야 한다”라고 제언한다.

 

예를 들어 “자네는 이렇게 할 수 있는데, 그 정도 밖에 못하니 내가 실망이 된다네”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법 권위자인 조벽 미시건대 교수는 “문제 학생을 가능하면 공개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연구실로 불러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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