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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언어로 보는 중국의 ‘코로나19’
[글로컬 오디세이] 언어로 보는 중국의 ‘코로나19’
  • 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21.04.28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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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중국인문사회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야간 시장. 사진=신화/연합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야간 시장. 사진=신화/연합

 

‘코로나19’라는 생소한 용어가 이제는 일상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지도 1년이 지났다. 매일 아침 날씨를 체크하던 것처럼 ‘오늘의 확진자’를 확인하고, 외출 시 필수품에 휴대전화와 함께 ‘마스크’가 추가되었다. 대학가에서도 벌써 3학기째 학생들과 교수들이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강의를 시도하며 ‘뉴노멀’에 적응하려 하지만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중국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언어생활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생성된 어휘들을 수집·관리할 정도다. 언어변화는 비단 의학용어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변화와 삶의 영역 및 심리적인 부분에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언어의 변화는 중국 사회의 변화를 관찰하는 창이 된다. 중국의 국가언어자원모니터링 연구센터와 중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인 상무인서관은 2006년부터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중국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해당연도의 중국과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한자(字)와 단어(詞), 올해의 10대 신조어, 10대 유행어, 10대 인터넷 용어를 선정하여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신종플루보다 사스, 사스보다 코로나19

 

1949년 신중국이 성립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모두 6차례의 범유행 전염병 사태가 발생했다. 1957년 ‘아시아 독감(H2N2)’을 시작으로 1968년 ‘홍콩독감(H3N2)’,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에 이어 2019년 ‘코로나19’가 있었다. 이중 에볼라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에서 발견되었거나 중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WHO에 의해 팬데믹으로 선포된 사례는 ‘홍콩독감’(1968)과 ‘신종플루’(2009), ‘코로나19’(2020)가 있다.

팬데믹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는 중국인의 언어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에서는 속칭 ‘페이디엔(非典)’으로 불린 이 질병은 2002년 겨울에 발생하여 2003년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전염병이다. 2003년 말에 최종 확정된 ‘올해의 어휘’ 종합편에는 사스가 1위로 선정되었다. 신종플루가 대유행했던 2009년에는 ‘甲型H1N1流感(신종플루)’가 5위를 기록했다. WHO에서 최초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신종플루’의 위력이 막강했지만, 중국의 언어변화를 통해 살펴본 중국 국내의 체감 영향력은 역시 ‘사스(1위)’가 ‘신종플루(5위)’를 능가하는 것이다.

 

 

2002년 사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어휘들을 생산해냈다. 2020년 12월 16일 중국의 언어자원센터에서 발표한 ‘2020년도 중국 미디어 선정 10대 신조어’는 위 표와 같다. 2020년 중국의 10대 신조어 가운데 ‘코로나19’와 직접연관이 있는 단어는 6개이고, 그렇지 않은 단어가 4개이다. 분야별로 보면 경제 관련 어휘가 가장 많은 5개를 차지했는데, 이 중에서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단어는 두 개다. 이 밖에도 의학용어가 4개 선정되었는데, 이는 모두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어휘다. 전체 신조어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어휘가 의학용어로 선정된 것은 전례가 없다.

 

내∙외부의 악재를 결속의 도구로

 

한편,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어휘 4개는 경제 관련 분야(3개)와 항공우주 분야(1개)에서 선정되었다. 이들 신조어의 발생 원인과 선정 배경을 살펴보면, 어느 때보다도 ‘단결’과 ‘애국’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국내(중국)를 대표하는 한자와 단어로는 각각 ‘民(인민)’과 ‘脱贫(빈곤 탈출의 난관 돌파)’가 선정되었는데, 이는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중국 인민의 노고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빈곤 탈출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했다는 중국 정부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외를 대표하는 한자와 단어는 각각 ‘疫(바이러스)’과 ‘新冠疫情(코로나19)’다. 코로나19 이슈를 국제사회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읽힌다. 미·중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견되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 내·외부의 악재를 오히려 내부결속을 다시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 중국 정부의 의도가 언어에 반영된 결과다. 다만, 중국은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실책을 폭로하거나 현 상황의 암울함을 토로하려는 민중의 목소리가 사실적으로 언어생활이나 선정어휘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북경어언대에서 응용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어와 문화 및 화교·화인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지식지형의 형성과 변용』(공저,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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