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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의 콤플렉스(complex)
영화산업의 콤플렉스(complex)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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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불안한' 움직임

대기업의 영화시장 진출, 영화사·제작사들의 합작법인 발족, 인수합병과 되팔기의 반복 등 요즘 영화계의 ‘보이지 않는 손’들은 잠자면서도 머리회전을 그치지 않는다. 수평계열화와 수직통합이란 두 축을 중심으로 이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한다.
먼저 국내 영화산업은 CJ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 케이블TV와 극장업계를 꽉 잡고 있는 오리온의 자회사인 쇼박스(투자배급사)의 양강구도다. 여기에 시네마서비스(제작사)와 강제규·명필름(제작배급사)이 가세하고 있으며, 기타 창투사들을 자금줄로 ‘기획영화’를 내놓는 소규모 영화사들의 시장이 펼쳐져 있다.

주목할 점은 자본금이 가장 많은 CJ엔터테인먼트가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대박을 향후 2~3년 동안 못터뜨리면 손을 털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물론 CJ는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사업의 일환으로 영화로 진출한 것인데 이런 수평계열화가 제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시네마서비스와 강제규·명필름도 마찬가지. 1~2편의 대형영화를 실패하면 또다시 자금줄이 막힐 만큼 위태로운 상태다. 강제규·명필름은 네티즌들에게 제작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았지만, 한국영화들의 연패행진이 계속된다면 이것도 믿지 못한다.이런 상황이니 투자-제작-배급-상영의 수직통합이 ‘안전책’으로 선택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업체들은 필승의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이다. 

그것은 ‘모 아니면 도’의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자본의 횡포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른 유통질서의 황폐화, 건전한 문화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치열한 물밑대결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독과점을 비판하는 여론에 밀려 최근 CJ 측이 독립영화제 개최 등을 통한 ‘예술영화’ 지원에 연간 20억 이상을 쏟겠다고 발표했지만, 문제는 예술영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상업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며칠 전 중앙일보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나리오 공모전이 총 6백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대상을 뽑지 못한 점,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들이 기존 장르적 문법을 답습한 뻔한 이야기들이라는 점은 지켜보는 이를 매우 허탈케 한다. 따라서 “대자본을 중심으로 영화시장이 확대된다고 질적 성장까지 담보되지 않는다”는 전범수 방송통신대 교수의 말은 설득력 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도 “메이저사들의 멀티플렉스화는 한국영화를 잠들게 할 독약이다"라며 대자본의 흥행위주 투자가 경쟁력있는 웰-메이드 영화, 예술영화 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임성준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할리우드 역시 극장들이 문을 닫자 최근 다시 수직통합체계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독과점 현상과 영화의 다양성 실종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양영철 경성대 교수(영화연출)도 “참신한 프로듀서들이 이들로부터 자본을 받아 다양한 영화들을 제작할 수 있다”라고 본다.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미디어산업) 역시 “비상업적인 영화들은 또 다른 할당제로 보호해주면 된다”라고 말한다. 아무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양분돼 있고, 여기에 불안한 우리의 현실이 걸쳐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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