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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다원주의 시대의 역작, ‘덕의 상실’ 개정판, 문예 인문클래식으로 출간
도덕적 다원주의 시대의 역작, ‘덕의 상실’ 개정판, 문예 인문클래식으로 출간
  • 김재호
  • 승인 2021.04.2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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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 이진우 옮김 | 544쪽 | 문예출판사
옳고 그름을 정의할 수 없는 도덕적 무능의 늪에 빠진 시기에 읽어야 할 최고의 명저

1966년 창립 후 반세기가 넘도록 꾸준히 양서를 소개해온 문예출판사가 새롭게 ‘문예 인문클래식’ 시리즈를 펴낸다. ‘문예 인문클래식’은 철학·사상,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전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들을 엄선하여 출간할 계획이다. 첫 책으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교수의 ‘덕의 상실’ 개정판과 르네 데카르트의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개정증보판을 2021년 4월 9일에 동시에 출간했다.

1981년 출간된 ‘덕의 상실’은 ‘영어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도덕철학자 중 한 사람에 의한 놀랍고도 새로운 윤리 연구’라고 평가받으며 전 세계 10만 권 이상 판매된 명저이다. 덕 윤리에 관한 최고의 저서로 꼽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다원주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선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해석이야말로 도덕적 다원주의의 덫에 걸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저자 매킨타이어 교수는 이 책에서 ‘덕’ 이념의 역사적·개념적 뿌리를 검토한 후, 현대의 개인과 공공 생활 속에 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와 덕을 회복시킬 수 있는 잠정적 안까지 제시한다. 그는 이성을 기반으로 ‘도덕의 합리적 정당함’을 찾으려 했던 칸트와 같은 철학자도,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니체의 초인사상도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도덕적으로 ‘옳은 것’을 찾으려 했던 시도들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도덕적 문제들에 대한 의견의 불일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개인들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는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관료제적 ‘합리성’을 추구한다. 이런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는 가치의 문제에 관해 침묵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공동선을 도출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개인의 자유는 때로 민폐가 되면서 자유의 본래 가치를 잃어버리고, 부부는 공동체가 아니라 합리성을 강조한 계약관계로 변하기 쉽다는 것이다.

매킨타이어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와 중세 유럽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에 따르면, 도덕은 자신의 ‘텔로스’(근본 목표)를 실현한다면 교육받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 본성을 바람직한 인간 본성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쉽게 말하면 영구불변하는 정의를 찾거나, 그것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 또는 사회를 위해 해야 할 것을 고민하라는 것과 같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고 행복을 위해서 윤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시기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는 때로 한 개인의 정의이거나, 한 지역의 정의일 수 있음을 알고 공동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고민한다면, ‘좋은 삶’은 물론 인격의 성장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출간 후 25년이 지나고 나온 제3판 프롤로그에서 매킨타이어 교수는 이 책의 핵심 주장을 포기할 이유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덕의 상실’에 제시된 주장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덕의 상실’은 계속해서 철학자들, 역사학자들 그리고 도덕철학과 그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공동선을 생각해야 하는 정치인까지 거의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역작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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