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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여자가 운전을 하겠다고?...위민 투 드라이브
감히 여자가 운전을 하겠다고?...위민 투 드라이브
  • 김재호
  • 승인 2021.04.23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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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운전을 하려다가 체포되어 교도소에 갇힌 마날 알 샤리프.
그는 이슬람의 발생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급진주의적 종교관을 가지고 성장했다. 
과연 어떻게 이슬람 근본주의를 버리고 운전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에 나섰으며 세계 여성 인권 운동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을까? 

한 명의 왕과 수백만 명의 여왕이 사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성 마날 알 샤리프는 당시 관습에 의해 금지되어 있는 운전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다가 종교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구금되고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막대한 석유 매장량에 기대어 세계적인 부국이 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금이 거의 없고 교육,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등 복지 혜택이 많지만 절대군주제를 채택하는 몇 안되는 나라로서 여성 인권 만큼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수백만 명의 여왕이 산다고 비유할 정도로 여성을 보호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사실은 이슬람 율법을 내세워 여성을 억압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후견인 제도를 앞세워 여성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외부 활동에 대해 후견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직업을 갖거나 은행 계좌를 만들고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심지어 치료나 긴급 수술을 요하는 상황에서도 남성 후견인의 서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여성의 몸을 드러내는 일은 죄악시되므로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검은 천으로 몸을 가리고 눈 밖에는 드러낼 수 없다. 또한 사우디 여성은 배우자나 직계 가족이 아닌 남성과 한 공간에 머물 수 없으므로 공공장소나 해당 출입구가 분리되어 있다. 가문의 명예를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 운전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2018년에 허용되었다. 

살며 사랑하며 꿈꾸기에는 위험했던 나라에서 삶을 주도하기로 결정한 여자

위민 투 드라이브의 저자 마날 알 샤리프는 이렇게 여성들이 살기에는 너무도 잔혹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발생지 메카에서 1979년 태어났다. 이 때는 이슬람 종파 중에서도 가장 근본주의적 이념인 와하비 살라피즘이 태동한 해로 마날은 누구보다 급진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성장했다. 음악은 ‘하람haram:이슬람 율법으로 금지된 것’이라는 이유로 남동생의 보이밴드 음반을 오븐에 넣어 녹여버리고 원리주의적인 율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적대시할 정도였다. 

이러했던 마날 알 샤리프는 어느 날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내를 드라이브하는 영상을 촬영, 유튜브에 업로드하여 7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당연히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서는 여성 운전이 이슬람 율법에 저촉되는 일이기 때문에 마날은 종교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된다. 누구보다 엄격한 근본주의자였던 마날은 어떠한 계기로 운전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저항하게 되었으며 세계 여성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은 무엇일까? 또한 그가 성장한 시대의 이슬람 근본주의에 입각한 문화는 어떠했을까?  

비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것들에 대한 저항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이에 대한 결과로 2015년 제한적이나마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고 2018년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허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불안정한 오일 산업에 대한 대비로 성장 동력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의 사회 참여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배경도 있지만 무엇보다 더 이상 후견인의 보호가 아닌 주체로서의 인간임을 자각하는 여성이 많아지는 덕분이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 운동의 선두로서 비가 시작되는 물 한 방울이 되어준 마날 알 샤리프의 성장 과정과 인권운동가로의 변신 과정을 담은 회고록을 소개하고자 한다.   
 
■ 글쓴이 및 옮긴이

마날 알샤리프 Manal Al Sharif     
마날 얄 샤리프는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태어나 종교적으로 독실한 사회에서 가난하게 성장했다. 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사우디 여성 최초로 정보보안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고 사우디 아람코 정유 회사에 채용되었다. 2011년 마날은 ‘여성이 운전했다’는 죄목으로 투옥되었다. 현재, 두 아들의 어머니인 마날은 여성인권운동가로 앞장서고 있으며, ‘오슬로 자유 포럼’과 「포린 팔러시」, 「타임」, 「포브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김희숙 옮김
소설가. 번역가. 1990년대는 연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러시아문학을 공부했고 2000년대는 정당 개혁운동에 열중했으며 2012년 이후 IT회사 회사원을 거쳐 영어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소설로는 단편 <벚꽃, 어쩌면 동산>, <푸른미로>를 발표했고, 옮긴 책으로는 <로봇R.U.R.>,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똘레랑스> 등이 있다

■ 추천의 글

“미래 세대는 마날 알 샤리프에게 놀랄 것이다. 마날의 목소리는 가장 위급한 순간에도 차분한 위엄을 잃지 않는다. 자생적인 용기를 매력적으로 해석한 이 글은 우리 안에 있는 전사戰士에게 말을 걸 것이다.” 데보라 펠드만,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언오서독스Unorthodox』의 작가

“놀랍고도 겸허하며 진실한 책,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신문에 나오는 100가지 이야기보다 더 밝게 비춰주는 책이다. 마날은 샤넬을 두르고 개인 운전기사를 둔 사우디 공주가 아니다. 여성이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왜 왕국의 가혹한 가부장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는 마날의 이야기는 감동적인 만큼 사실적이다.” 아자데 모아베니, 『립스틱 지하드Lipstick Jihad』의 저자

“매혹적인 독서다. 마날 알 샤리프는 상처를 숨기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전통의 경계를 두려움 없이 밀어제치며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참고 희생했던 것을 드러낸다.” 엘레나 고로코바, 『러시안 타투Russian Tatto』의 저자 

“놀라운 책이다. 마날 알 샤리프는 평등과 정의를 향해 역사의 궤도를 바꾸자며 자신의 질주에 우리를 초대한다.” 울라 제브레알, 세계적 베스트셀러 『미랄Miral』의 저자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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