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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사랑하는 과학자, 자연을 상대로 소송하자
진실을 사랑하는 과학자, 자연을 상대로 소송하자
  • 김재호
  • 승인 2021.04.3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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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색_『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 지음 |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660쪽

리처드 도킨스은 비과학적인 주장들을 일갈한다. 우생학, 점성술, 종차별주의(인간중심주의),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다는 극단적 여성학 등은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반증가능성의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도킨슨은 인간에 대한 잘못에 고소를 하듯, 자연을 왜곡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소송하자고 주장한다.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슨이 평생 쓰고 말한 것들 중에서 일부를 골라 편집한 책이다. 철저한 이성주의자가 어떤 세계관으로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는 명품 과학에세이집이다. 편집자인 질리언 소머스케일즈는 도킨스의 에세이들에 기쁨, 조롱, 분노가 담겨 있다고 전한다. 이 책은 총 8부로 이뤄졌는데, 각 섹션이 시작할 때마다 편집자가 서문을 썼다. 책에는 도킨스가 존경하는 이들의 추도문도 들어가 있다.  

책의 첫 장에는 ‘크로스토퍼 히친스(1949∼2011)를 추모하며’라고 밝혔다. 히친스는 사회 부조리와 미신, 조직된 종교를 반박하는 논객이자, 언론인, 작가, 연설자, 행동가였다. 히친스는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이 1985년 미국 망명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동행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히친스는 평생 이 사실을 기억했다고 한다.   

도킨슨은 과학자들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자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과학이 위대한 문학 작품에 영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든 문학이든 그 위대성 안에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여기서 영혼은 “과학의 미적인 힘”이다. 도킨스은 아인슈타인처럼 자신도 ‘매우 종교적인 무신앙인’이라고 밝혔다. 책의 제목에 ‘영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저한 이성적 합리주의자이지만 도킨슨은 영혼과 종교를 믿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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