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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해체·국가교육위 설립…대학관리 전면 재검토”
“교육부 해체·국가교육위 설립…대학관리 전면 재검토”
  • 교수신문
  • 승인 2021.04.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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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 대토론을 제안하며 ③ 위기 극복의 대안은 무엇이며 개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학령인구 감소, 반값 등록금, 지방대 소멸, 코로나19, 그리고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까지. ‘생존’ 위기에 놓인 대학은 국립대와 사립대, 일반대와 전문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규모와 중소규모 등 대학이 처한 여건과 상황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는 지금, 대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논전의 장’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시의적절하다. 논전(論戰).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 자기의 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여 다툰다는 뜻이다. 최근  『대학자치의 역사와 지향 I, II』를 쓴 유원준 경희대 교수(사학과)가 세 차례에 걸쳐 ‘논전의 장’을 펼치는 멍석을 깔아 놓을 예정이다. 

① 대학의 미래 모색 위한 論戰의 장이 필요하다
② 대학 전문가는 없다. 집단지성으로 풀어가자
③ 대안은 무엇이며 개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설계해야 할 대학의 문제는 
국가 공동체의 미래와 긴밀하게 연계된 과제여야 한다. 
대학의 혁신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구현되는 
국가 공동체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이 직면한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위기, 낮은 사기와 열정의 소멸은 특정 대학이나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정상적인 발전의 경로를 걸어온 국가의 대학이라고 할지라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혁신과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불가피한데, 우리처럼 파행적 성장과 정책의 부재가 맞물린 경우는 획기적인 혁신의 노력과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함께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 대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검토에서 불변의 상수는 인구 감소이다. 그래서 ‘명예로운 후퇴’만이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양적 관리에서 질적 발전으로 사고와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 지난 70년 동안 대학은 항상 양적 관리의 대상이었을 뿐 질적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언제나 부족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대학가에서 회자되는 자체가 잘못된 경로의존성에 매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질적 향상을 통해 줄어드는 인구의 공백을 메우고 나아가 현상을 유지 증대시켜야 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는 점에서 대학의 사명은 더욱 지엄하다. 따라서 질적 향상에 저해되는 기존의 제도와 정책, 관행을 과감하게 파기해야 하며,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섬세한 맞춤 교육과 정책을 개발하는데 더욱 힘써야만 한다.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당사자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지자체와 대학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같은 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더라도 학력과 기술, 정보와 경제력, 합리성과 민주화의 정도에 따라 사회는 얼마든지 다양화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자 교양교육의 표준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다. 같은 교과목이면 유능한 교수의 강의를 양질의 영상으로 제작해서 전국적으로 공급하면 된다고 한다. 일견 바람직하나 ‘획일’이라는 독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학생의 수준과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면 그저 보기 좋은 떡에 불과하게 된다. 그보다는 전국적으로 거의 같은 교과과정을 유지해야 하는 잘못된 구조부터 혁파되어야 한다. 이런 대응이 화려하지 않고 더디게 보이지만, 실질적이고 장기 지속 가능하며 특성화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 광복 직후 급조했던 각종 제도와 관행을 일류 선진국을 향한 기본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과 성과,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상황을 보면 청와대,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아쉬우며 특히 집권 민주당은 이렇다 할 대학정책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존재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계기로 국가의 대학 관리 기능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합리적 거버넌스 대학에만 선별 지원을

아울러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자료 제공과 공개를 강제화할 필요가 있으며, 전두환 정부가 대학을 우회 통제하기 위해 만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존립 자체도 교육부 해체와 함께 숙고할 필요가 있다. 법적 기반도 없고 교수의 이익을 반영하지도 못하는 한국교총을 초·중등 교원단체로 특화하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을 대학 교원단체로 인정하는 일도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에 관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역량 진흥도 과제이다. 교원이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학연금의 관리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투명한 경영과 투자관리의 전문성에 역행하는 교육부 퇴직 관리 임명을 원천 배제해야 한다.

셋째, 대학에 대한 어떤 정책도 굴절시키는 현실의 벽이 바로 사립대학의 지배구조이다. 대학통합과 지역 연합 등 미래지향적 정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벽이다. 85%나 되는 사학의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어떤 정책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국민적 지지도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강제할 법적 수단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합리적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대학에만 선별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국·공립대학의 회계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대학에만 재정 지원해주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결단과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변화가 
대학 내부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평가 기준 따른 자발적 참여 유도

넷째, 공공성 제고를 전제로 다양한 목표 설정과 리그 구성을 추진해야 한다. 일률적 평가에 따른 차별화 대신 다양한 평가 기준에 따른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흩어진 대학재정 자원을 통합 관리할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며, 교육부 해체로 남아돌 공무원을 대학 관리 경험이 없는 지자체 등에 파견하여 지자체와 지역 대학과의 연계 업무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뒤얽혀 있는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어려운 현실에서 「국·사립대학법」 제정을 통한 대학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사학법인의 소유권과 대학의 공공성 등 70년 동안 지속된 갈등의 고리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대학이 직면할 과제를 전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 없이 재정 지원만 요구하는 「특별교부금법」은 사학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학 혁신의 관건은 역시 교수들의 헌신과 연대다. 정치권의 결단과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대학 내부에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와 국회, 언론과 시민단체, 기업과 지자체 등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노력이 교수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이 흔들리고 대학에 대한 기대가 철회되고 있는 현실은 대학만의 잘못은 아니다. 교육과 취업, 소득과 주거, 가족과 의료라는 기본권적 차원조차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년들이 국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설계해야 할 대학의 문제는 이런 국가 공동체의 미래와 긴밀하게 연계된 과제여야 한다. 대학의 혁신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구현되는 국가 공동체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유원준 경희대 교수·사학과
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송대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대외협력처장과 문과대학장, 서울캠퍼스 교수의회 의장을 지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대학교수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대학자치의 역사와 지향 Ⅰ,Ⅱ』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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