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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특집- 학생을 위한 강의
신임교수특집- 학생을 위한 강의
  • 최상일 교수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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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명패를 달기 전 시간강사이었든 아니면 또 다른 전문분야에서 종사했었든, 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명패’의 무게만큼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강의를 해야 할까. 강단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명예교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최상일 포항공대 교수에게 농익은 강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최상일 명예 교수 (포항공대·물리학)

 

강의는 예부터 내려온 경제적인 교육방법


‘강의에 출석하는 것은 출석을 부르기 때문’이라고 하는 학생이 많다.  이 학생들에 의하면, 강의에서 얻는 것은 거의 없고 공부는 주로 혼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설문결과를 본 나는 나의 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강의실 뒤에서 졸던 때가 많았던 내 기억이 나서, 이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강의는 교과서가 없던 예부터 사용해온 교육방법의 하나이며, 매우 경제적인 방법이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193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 갖고 있던 역사노트를 보았는데, 그 노트는 교수가 불러준 것을 그대로 받아 쓴 것이라 했다. 교수가 강의 노트를 천천히 읽으면 그것을 받아쓰는 것이 강의였던 것이다.


교과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금 이러한 강의방법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수십 명, 수백 명을 강의실에 넣고 강의할 수 있으니까 대학으로서는 매우 경제적인 교육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교육효과를 올리도록 강의 방법을 개선하면 좋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교수들이 개선된 강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사전 지식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


학생들은 각기 다른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대학 강의실에 들어온다. 이는 각 학생의 준비상태가 다름을 뜻하고, 따라서 자칫하면 많은 학생이 교수의 강의를 이해 못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내가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서 학사과정 1학년 학생들이 듣는 일반물리학을 가르칠 때의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 마다 교육, 특히 이공계 교육의 질과 수준이 다르고 학생 능력의 차이가 있어 그랬는지, 학생들의 사전지식의 차이가 너무 심해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그 대학의 교수학습센터(The 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에서 실시하는 강연에 참석하게 돼, 이 어려움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이때 내가 습득해 그 후 계속 사용하려 노력한 것 몇 가지를 검토해보겠다.


학기 초의 첫 강의 시간에 시험을 처서 학생들의 전반적인 준비상태를 조사해 강의 수준을 조절하는데 사용하고,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을 찾아내 특별지도를 조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1학년 1학기의 물리학 강의를 예로 든다면, 벡터대수·간단한 미적분방법·삼각함수 등 필요한 수학 지식을 검토하고, 고등학교에서 습득한 역학의 기본 개념을 옳게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간단한 자연현상에 응용시켜 보는 것이 좋다.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습이론에 의하면 사람이 배운다는 것은 이미 갖고 있는 지식에 입각해서 새로운 지식과 이해를 구성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미 학생이 갖고 있는 경험 및 지식과 연결토록 하는 수업이어야 새로 배우는 개념이나 지식의 이해가 쉽게 이루어지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기가 힘들지 않을 것이다.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얻은 지식이나 경험에서 얻은 지식이 틀린 경우에는 학습에 상당한 지장을 주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이 오히려 가르치기 더 쉽다’는 농담까지 생기게 됐다.


강의 시간 초에 전번 시간의 강의 내용의 중요부분을 이해하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질문하는데 짧은 시간을 할애하고, 이번 시간에 어떤 내용의 강의를 할 것인지 칠판의 한 구석에 간단히 적어 두는 것도 좋다.  강의 시간 끝에는 다음 시간의 강의 내용을 알려주면, 예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의 도중에는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주어진 이론이나 원리가 성립하는 한계, 즉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명백히 함으로서 오해를 피하고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강의 시간을 짧은 구간으로


잘 준비된 우수한 학생들도, 긴 시간 동안 하는 강의에 계속 정신 집중하기는 힘들다. 대학 강의 시간은 보통 50분간 혹은 75분간이다. 사람이 계속해서 정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해서 15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50분 혹은 75분 강의 시간을 15분 정도의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강의하고, 15분 정도 강의 후에는 짧은 시간을 사용,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 학생들의 이해도를 조사하고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의논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학생들을 강의에 적극 참여케 유도하고 강의 효과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질문을 한 후 모든 학생이 주위 학생 몇과 의논해서 답을 찾게 한 후 지명을 해서 답하도록 하면 학생수가 많은 대형 강의실에서도 학생 전원을 강의에 적극 참여케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원자 양자론의 시조 닐스 보아(Niels Bohr) 교수는 세미나 시간에 옆에 앉은 자기 학생에게 자주 질문하고 세미나가 끝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여 그 세미나 내용을 이해했다고 한다. 강의 시간 도중에 학생들이 서로 의논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합리적 사고능력을 양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동료와 협력하는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증된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 사고


9월 21일자 신문에 의하면 모 전자회사에서 8기가바이트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한다.  메가바이트 메모리를 첫 개발했다는 소식이 아직 내 머리 속에 생생하니, 그리 오래 전이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의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류사회의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 대학의 교육은 어디에 역점을 두어야 할 까.  각 분야의 기초지식에 역점을 두어 학생들이 기초지식에 관한 충실한 훈련을 받아야 빠른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초지식 중에서도 핵심 기초지식은 '실증된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 사고' 이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공학·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실증된 사실에 입각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으며,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대학 강의에서는 이러한 사고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들이 모두 와해되고 경제파탄을 가져왔을 때 중국만이 부드러운 변신을 해 짧은 시간 사이에 안정된 경제대국이 된 사실과, 중국의 정치적 지도자들이 대부분 대학에서 이공계 학문을 전공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공계 학문은 '실증된 사실에 입각해 합리적 생각을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사고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이들은 공산주의 경제 체제에 고집하지 않고 실증된 자본주의 제도를 받아들여 부드러운 변신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권력 중심인 정치국 상임위원 9명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최상일 교수 약력
필자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Quantum Corrections for Transport Coefficients'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노스캐롤라니아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1989년부터 2002년까지 포항공대 교수로 활동했다. 2000년, 2001년 교수신문에 교수법 관련 글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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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2004-10-04 10:53:21
선생님의 의견을 말씀하시는 것은 좋은 일이나 출신학교에대한 인신성 공격의 글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더우기 대학에 몸담고 계신분으로 그러한 발언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히고 상대의 의견에 비판적인 표현도 좋지만 특정학교를 싸잡아 말씀하시는 공격적인 말씀과 개인적 감성에 치우치는 그런표현은 삼가하는 것이 올바른 지성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전임 2004-10-02 23:16:05
브라운대 출신들이 국내 몇몇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데,

인간성이 더럽게 나쁘고,일본 무사들 처럼 인정머리 라고는

전혀 없더라!

합리적 사고도 중하지만,

인본주의 /홍익인간 이라는 개국이념 에도 총실해 줬으면

좋겠다!


공업고교 출신,외국대학 학사/석사/박사학위 취득후

모 종합대학교에서 교육경력 3년째

비전임 대학강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