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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눈먼 시계공’(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刊, 2004, 560쪽)
화제의 책_ ‘눈먼 시계공’(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刊, 2004, 560쪽)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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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에 대한 최고의 헌사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을 통해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는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은 진화론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책으로 알려져 온 그의 대표작이다.

책의 의도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고, 생명의 창조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은 다윈의 진화론임을 증명하는 것.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최대의 헌사’라 할 법하다.

다윈주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다윈주의란 단지 ‘무작위적인 우연’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이론이란 것. 과연 그럴까. “확률적으로 극히 일어나기 힘든 생명 탄생이 우연히 발생했다는 설명은 생명의 존재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생명의 존재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바로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을 가능케 하는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자연선택, 즉 다윈주의다”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시계공’ 이란 말은 복잡하고 정밀한 시계 내부 구조는 그것을 설계하고 제작한 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의 논문에서 따온 것. ‘눈먼 시계공’이란 그 ‘존재’의 불필요함을 지적하는, 창조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눈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눈의 구조는 시신경이 빛이 들어오는 쪽에 있고 시세포가 빛이 들어오는 반대 방향에 있어서, 시신경을 먼저 통과하는 빛은 약해지거나 굴절되게 돼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설계자가 왜 보다 완벽한 설계를 두고 불완전한 형태의 눈을 설계했을까.’

도킨스는 완벽한 신이 불완전한 눈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보다, 생물의 불완전한 기관들이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진화의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이다. 눈이 멀었다고 말하는 것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절차를 계획하지 않고 목적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9장 ‘구멍난 단속평형설’은 이른 바, 굴드의 ‘단속평형설’과 도킨스의 ‘점진론’의 접전을 통해 현대 생물학의 주요 논쟁을 보여준다. 굴드는 실제 진화는 진화적 변화가 없는 긴 정체기와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나는 짧은 기간으로 이뤄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도킨스는 다윈은 실제로 극단적인 점진론자가 아니며, 굴드의 단속평형설 또한 다윈주의의 변종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라 반박한다.

신경생물학, 분자생물학, 동물행동학 등 현대 생물학의 주요 성과를 넘나드는 저자의 지적 방대함과 논리적 정교함은 ‘왜 진화론인가’라는 주장을 더욱더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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