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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동물농장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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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지음 | 이정서 옮김 | 새움 | 252쪽

원작의 구두점 하나까지 살린 직역의 결정판
번역자의 자의적 해석이 추가된 의역이 아니라, 원저자의 의도와 전체 맥락은 물론 개별 문장의 호흡까지 그대로 살린 직역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역자 이정서의 『동물농장』 새 번역이 나왔다. 이전의 번역서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 저자가 전하려던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한 개별 문장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분석하고 최적의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고심한 역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원작의 구두점 하나까지 최대한 살려서 번역을 할 때에만 원저자의 의도를 손상치 않고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번역자 이정서의 핵심 번역관이 그대로 투영되고 관철된 책이다. 덕분에 책을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어떤 동물의 말재주가 좋은지, 어떤 동물이 어수룩한지, 어떤 동물이 꼼수를 쓰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말하자면 번역자의 구구한 추가 설명 없이도 원작의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며 독서에 몰두하게 된다. 원문에 가장 충실한 기본 직역이야말로 진정한 번역이라는 역자의 주장이 이 책의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되살아난 캐릭터와 원저자의 명백한 의도
이정서는 단어 하나는 물론 구두점 하나에서까지 원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번역자다. 당연히 다른 번역자들이 번역에 투자하는 평균적, 혹은 일반적 시간이나 노력 이상을 투자하게 되는데, 그 첫 결실은 대개 유려한 한글 문장이 아니라 정확한 의미의 파악, 캐릭터들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나타난다. 이번 책 『동물농장』의 경우에도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각색이나 윤색 없이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오히려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고 명쾌하게 이해되는 장점이 있다. 번역자의 어설픈 이해나 재빠른 번역에 따른 왜곡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원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면서 진정한 문학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동물농장』은 원저자가 복잡하고 애매한 의도를 가지고 쓴 책이 아니어서, 직역의 진가가 더욱 잘 드러난다.

한국 사람이 『동물농장』을 제대로 읽는 유일한 방법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원한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동물농장』은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필독서의 첫머리에 꼽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아이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우화라거나, 노골적인 정치색을 띤 재미있는 풍자소설이라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화의 외피를 두른 정치적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으로서의 위트와 품격을 잃지 않은 수작이라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의 가치는 전체적인 스토리의 이해, 단순화되고 흥미성만 강화된 캐릭터에 대한 수박 겉핥기 식의 이해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그보다는 저자의 풍자나 애정이 어느 문장의 어느 단어들에 어떤 식으로 투영되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원어민이 원작을 읽거나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직역해서 읽을 때에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목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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