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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 일동, 미얀마는 우리의 얼굴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 일동, 미얀마는 우리의 얼굴이다
  • 이승주
  • 승인 2021.04.14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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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전경
경희대학교 전경

우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구성원은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 시민의 용기 있는 실천에 연대와 응원의 인사를 전한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시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을 규탄하고, 시민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택받은 민간정부에게 권력을 즉각 이양해야 한다. 

미얀마는 우리의 과거다
지난 100여년 동안의 한국과 미얀마의 굴곡진 역사는 빼닮았다. 미얀마의 근현대사는 영국과 일본 식민지의 경험과 독립운동, 짧은 해방정국과 종족갈등으로 인한 오랜 내전, 반복되는 군부 쿠데타와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점철됐다. 지난 2월 군부의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은 팔뚝에 혈액형과 메시지를 적고 민주화 시위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 도중 사망한 19세의 대학생 쩨 신(Kyal Sin)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들의 의로운 죽음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군부는 째 신의 무덤마저 파헤쳐 시신을 강탈해갔다. 야만의 극단이다.

미얀마의 오늘은 전두환 군사 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고,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절규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국회는 쿠데타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고, 최근 정부는 미얀마와 추진하던 군사협력과 군용물자 수출을 불허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미얀마에 대해 제재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는 군사협력 중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얀마군부가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금지와 자산동결을 포함한 경제적 조치를 통해 쿠데타 세력의 야만적 살육행위를 멈출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미얀마는 우리의 현재다
미얀마 군부의 힘은 무기에서 나오고, 그 뿌리에는 국제사회의 투자가 있다. 국제기업들은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고, 이것이 군부가 쿠데타를 할 수 있게 만든 힘의 원천이다. 한국은 미얀마의 제6위의 투자국이고, 수출입 규모 면에서 10대 교역대상국이다. 최근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롯데호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으로 수십 개의 투자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미얀마 군부를 괴물로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국정부와 기업이 투자한 슈에 가스개발사업은 미얀마 서부 인도양에서 중국까지 793㎞에 걸친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군부가 자행한 성폭력과 아동노동, 환경파괴로 국제사회에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 

미얀마의 오늘은 한국 정부와 기업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현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즉각 중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투자과정에서 인권과 환경보호를 위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나아가 미얀마 군사쿠데타와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져야 할 책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는 우리의 미래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지구촌 빈곤, 분쟁과 평화에 있어 선진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지구생태계를 파괴해 왔고, 무기 개발과 수출로 크고 작은 분쟁을 야기해 왔다. 무엇보다 정의롭지 않은 무역과 투자로 제 3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 헌법에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전문)’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5조)’을 표방하고 있다. 미얀마 쿠데타와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대외경제정책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 계획을 표명한 바 있다. 이는 국내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예산이 투입된 사업과 공공기관에서부터 해외 투자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인권 등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를 민간에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

1949년 개교 이래 줄곧 ‘인류 평화’를 추구해온 경희대학교는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출범하면서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위한 교육과 연구, 실천에 매진해왔다. 후마나티스칼리지 구성원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미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으면서 분투해 갈 것이다. 그 길에 도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귀 기울이고 기꺼이 연대의 손을 잡고자 한다. 

우리의 이 성명이 매우 미미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할지라도 방관할 수만은 없기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구성원의 간절한 바람을 모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미얀마 군부는 시민에 대한 탄압을 즉각 멈추고, 시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택받은 민간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라.
하나. 한국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공적 투자를 즉각 중단하고, ODA를 포함한 대외경제정책의 기조를 우리 헌법의 평화조항과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전환하라.
하나. 한국기업은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즉각 중단하고,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

2021년 4월 9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 교수자 일동

교수자 서명 : 강내영, 강호정, 고봉준, 고원, 곽봉재, 권순대, 고영직, 고인태, 김동훈, 김미숙, 김미연, 김민전, 김민철, 김성, 김성일, 김수이, 김숙현, 김연숙, 김연철, 김영미, 김영임, 김영진, 김영희, 김윤철, 김은하, 김종욱, 김종원, 김태경, 김활란, 김희찬, 노지영, 박경희, 박숙경, 박애경, 박진옥, 박현귀, 백수희, 서광열, 서동은, 신선희, 신충식, 엄혜진, 오세정, 오태호, 오흥명, 유재명, 유한범, 윤원근, 윤종희, 이강준, 이광훈, 이규호, 이기라, 이명원, 이문재, 이병주, 이병태, 이상임, 이순웅, 이승원, 이영제, 이윤성, 이은영, 이은정, 이지연, 이진오, 임상헌, 임옥희, 임형진, 장성희, 전성희, 전호근, 정복철, 정우탁, 정재원, 정현경, 조복현, 조은아, 지혜경, 진은진, 최우석, 최재구, 최진석, 홍상언, 홍승태, Kathryn Shelley Price-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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