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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경향: 뇌과학의 혁명(下)
연구경향: 뇌과학의 혁명(下)
  • 이상훈 서울대
  • 승인 2004.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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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들의 커뮤니케이션망 구축…인문학자들 관심 늘어

현대의 뇌과학자들은 마음과 행동의 다양한 측면들과 相關된 뉴런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자연스런 마음이나 행동산출의 과정에 발생하는 신경부호들을 소극적으로 관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왜곡함으로써 유기체의 마음이나 행동을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라는 것처럼.


스탠포드 대학의 뉴썸과 동료들은 MT라는 시각영역에서 특정한 방향의 움직임과 상관된 반응을 보인 뉴런들을 규정한 다음, 원숭이들이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있을 때 그 뉴런들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원숭이들은 자신들이 지각한 방향대로 보고하도록 잘 훈련됐었는데, 제시된 물체들이 물리적으로 특정 방향 없이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쪽 방향에 조율된 뉴런들을 전기적으로 자극했을 때 위쪽 방향의 움직임을 보았다고 보고하는 확률이 우연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온 것이다. 뇌의 활동을 교란하여 마음을 움직인 이 실험은 마음을 조작하는 인공보조장치 개발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매우 의미심장한 시도이다.

뉴썸과 동료들이 뉴런의 활동을 조작하여 마음을 움직였다면, 마음과 상관된 뉴런의 활동을 읽어 행동으로 번역하는 연구들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칼 테크의 앤더슨과 동료들은 원숭이의 뇌에서 운동계획에 관여하는 여러 인지 영역 세포들의 부호들을 풀어내어 원숭이들의 선호도와 동기수준을 읽어 냈다. 또한 원숭이들의 운동계획을 읽어 내어 로봇 팔을 원숭이의 의사판단에 일치하도록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발전은 사고로 인해 척수가 손상되어 마비된 몸을 지녔으나 뇌의 인지기능은 여전히 건강한 많은 환자들에게 엄청난 희망을 제시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뇌과학 활동의 대부분은 뇌에 주어지는 입력과 가까운 쪽이나 뇌의 출력과 가까운 쪽의 뉴런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최근에는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 과정의 신경적 기초를 이해하는데서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경제적 의사결정의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하며 해묵은 경제학의 딜레마에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 대학의 글림셔는 원숭이들의 뇌에서 특정 뉴런들이 경제적 투자행동과 관련된 의사판단과 상관된 활동을 보인다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하였다.

그의 실험에서 목마른 원숭이들은 매 번 도박-이것의 점잖은 혹은 합법적 표현은 주식투자이다-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예컨대 A란 선택지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쥬스 1000cc를 마실 수 있고, 뒷면이 나오면 쥬스를 아예 마시지 못하는 반면, B란 선택지는 동전 던지기 결과와 상관없이 500cc의 쥬스를 보장받는다. 경제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 두 선택지는 ‘기대값’의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기대효용'은 B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글림셔가 관찰한 뉴런의 활동수준은 도박에 열중한 원숭이들의 선택을 매우 정확하게 예언하며 기대효용의 수준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였다. 복잡한 수학으로 유도된 하나의 추상적 경제학 방정식의 해가 원숭이 뇌의 한 세포의 활동으로 번역된 것이다.

최근에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라 불리는 뇌영상 기술을 통해 인간들의 뇌활동을 직접 측정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fMRI는 뉴런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며 시공간의 해상도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뇌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뉴런들의 활동을 모니터할 수 있으며, 원숭이와 인간의 뇌 활동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과거 동물모델을 통해 축적된 단세포 측정법의 결과들을 인간의 뇌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인간에게 특징적인 여러 고위 인지기능 및 정서, 사회적 적응기능의 신경적 기초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뇌과학 연구에 획을 긋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된 흐름은 전통적으로 뇌과학 영역의 바깥이라 여겨져 왔던 분야들이 하나 둘씩  뇌과학의 손길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껏 철학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의식’ 혹은 ‘자각’의 문제를 뇌과학자들이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공격하기 시작하여 이른바 ‘의식의 신경상관(NCC, 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이란 주제로 의식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활동에서 '상표 가치'의 신경적 기초를 밝히는 작업들을 중심으로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 혹은 넓은 의미로 뉴로이코노미(Neuroeconomy)란 분야가 생겼는가 하면, 두 사람 이상이 fMRI 스캐너에 동시에 들어가 인터넷으로 상호작용을 할 때의 뇌활동을 측정함으로써 사회적 능력의 신경적 기반을 탐구하는 소셜 뉴로사이언스(Social Neuroscience)등의 분야도 생겼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또는 사회과학자들이 뇌과학 학회장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뇌과학자들의 발견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와서 자신들이 축적해온 개념들의 외연도 넓히고 또한 미래 뇌과학 연구에 적절한 지침을 주기도 하여 매우 생산적인 학제간 상호작용이 무시할 수 없는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뇌과학은 젊은 학문이다. 그리고 뇌과학이 마주한 엄청난 난이도와 방대한 양을 지닌 숙제들은 많은 과학자들의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다양한 종류의 과학자들을. 필자는 각 분야의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하는 연구활동이 뇌과학의 질문들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여기길 바란다. 우리 뇌과학자들에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고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들이 산적해있지만, 우리는 즐거운 불평을 해대며 연구실로 달려간다. 마치 새로운 발견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쩌지 못해 잠 못 이룬 카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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