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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통사 구조와 인지
의미·통사 구조와 인지
  • 김재호
  • 승인 2021.04.1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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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지음 | 792쪽 | 한국문화사
세계 언어학계와 교류한 지난 50년의 연구 집대성

이 책은 2009년부터 ‘의미론과 인지과학’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한국연구재단의우수학자 연구과제가 계기가 된 것으로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의미․통사 구조와 인지’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일찍이 1970년대부터 필자가 고심하고 발표도 했으나, 국어학계에는 아직도 반영이 안 되고 있는 인식 태도 동사 ‘알다’의 사실성과 비사실성의 교체 현상을 의미론과 인식론의 원리로 분석했다. 특히 최근 놀랍게도 이것이 알타이 제어에 공통된 현상이라는 것을 원어민 조사를 통해 세계 언어학계 최초로 드러내면서 그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또 과학과 철학이 풀지 못하고 있는 ‘의식’의 바탕인 감각, 감정, 판단의 심리술어 문제도 자아, 즉 1인칭과 관련해 곱씹었다. 이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으나 영어로 발표해서 막 출간된 증거성 논의는 포함시키지 못했다. 

참 거짓을 가르는 부정과 관련된 표현, 화제와 초점의 정보구조를 다루었다. 또한 생성어휘부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어 술어의 사건/논항 구조를 철저히 분석하여 종래의 선택제약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보를 분석하고 기술한 것 등은 향후 인공지능 연구에도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상과 상, 조건-원인, 통사적 중의성 처리, 언어의 습득, 쓰임, 인지 문제도 다루었다. 제목의 ‘인지’는 인지과학에서 다루는 폭넓은 인지와 마음을 염두에 두었고 인지의미론의 인지 직관도 수용했다. 모국어 화자로서 국어를 자료로 한 연구가 많으나, 본 연구는 이론 발전에의 기여를 목표로 하고 범언어적 비교에도 관심을 두었다. 영어가 이론 면에서 제일 많이 연구되었으므로, 자연히 영어와의 비교가 눈에 띌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저자가 197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거의 50년에 걸쳐 꾸준히 새로움을 찾아 연구해 온 과제들이 축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영어로 써서 외국 학술지와 전문단행본에 발표한 것들은 외국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외국에서 별도의 책으로 내고자 한다. 최근 연구과제의 당초 제안에 들어있던 항목 가운데 한두 가지, 예컨대 합성성의 원리, 내면주의와 외향주의 등은 영어로 되어 있어 이 책에서 제외되었다. 

언어연구 방법의 추세에 따라 ERP(event-related potential, 사건 관련 전위) 등 다소의 실험도 시도되었으나, 앞으로의 숙제가 더 많다. 국어로 주제별 내용을 보완코자 일부 과거의 과제에서 필자의 이론적 방향 제시 하에 공동으로 작업한 글도 공동저자들의 양해 하에 포함한 것이 있으며, 기초 원전의 일부도 관련 단체의 양해 하에 학술지에서 가져 왔다. 

같이 작업했던 모든 동료, 후학들에게 감사한다. 수년 걸린 교정과 수정에 열정적으로 기여해 준 김창섭 교수와 송경안 교수 및 그 밖의 후학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지난 수십 년간 곁을 지켜주고 우리말 직관 다듬기를 도와주면서 아이들의 언어습득 부분을 살펴보아 준 아내의 고마움도 크다. 편집부의 김태균 전무님도 다년간 고생 많으셨다.분량 때문에 아쉽게 제외된 내용은 뒷날을 기약하기로 한다. 2018년 4월에 교정용 가본만 내고 몇 사람에게 책 파일이 나돌아 2018년 판으로 이미 인용되기도 했으나, 교정을 더 철저히 보고 내용도 부분적으로 새로이 해서 2020년 초판으로 내놓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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