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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이 필요하다…‘권역별 대학연합’제안
‘대학법’이 필요하다…‘권역별 대학연합’제안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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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법은 고등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2개의 국립대학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한국의 대학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치의 헌법적 보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이다. 국립대학법안이 국가와 국립대학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통해 국립대학을 선도적으로 정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고등교육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국립대학 교수들의 노력의 성과라는 점에서 그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80% 이상이 사립대학인 한국의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국립대학법의 제정 의도와는 달리 대학의 정상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립·국립을 구분 않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먼저 국립대학법의 제정은 헌법에서부터 유아교육법에까지 이르는 교육법제와의 체계정합성에 맞지 않는다. 헌법은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터 잡아 교육기본법도 국가의 공교육 실시를 위한 재정적 투자능력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학교법인의 경영책임과 사립학교의 운영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학교자치와 대학자치에 의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ㆍ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할 사회적 책무성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상 사립학교는 헌법재판소의 판시와 같이 국·공립학교와 설립 주체만 다를 뿐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는 학교법인이 경영책임을 지는 공적 학교인 것이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학교교육에 관한 기본적 결단에 따라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의 교육법제는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며,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본질적인 동종성에 근거하여 정규의 사립학교를 졸업한 학생에게 국·공립학교와 동등한 학력과 학위를 인정하고 있다. 

국립대학법안의 제안이유로 ‘국립대학에 관한 종합적인 법률의 미비’를 들고 있으나, 이는 법률의 미비가 아니다. 위에서 본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부합하게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본질적 동종성에 기초하여 대학에 관해 고등교육법에서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설립 주체에 따라 달리 규율될 수밖에 없는 교원의 임용, 재정과 회계 등에 관해서는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법, ‘국립대학의 회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개별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령인 국립대학설치령은 법률사항으로 법률로 규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립대학법, 사립대 공공성 약화 우려

고등교육법의 특별법으로 국립대학법을 제정하여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분리하여 이원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상 학교교육의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고 체계적합적인 법제정비방안도 아니다. 국립대학법이 제정된다면 사립대학법이 제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헌법과 고등교육법이 예정하는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보다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법에서 규율하고자 하는 대학의 법적 지위, 대학 운영의 자율성 등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치에 관한 내용들은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규율하는 것이 체계 정합적이면서도 고등교육의 정상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제정비방안이다.

한편 조승래 의원이 2020년 11월 24일 대표발의한 국립대학법안에는 ‘국립대학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계획’과 ‘국립대학의 재정교부금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 정도에 부응하여 고등교육에 관한 국가책무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고등교육계의 숙원이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며 환영할 일이다. 다만 국립대학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무상교육과 재정교부금제도의 시행에는 명확한 법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학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80% 이상이 사립대학인 한국의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대학 정상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사진=연합
"국립대학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80% 이상이 사립대학인 한국의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대학 정상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사진=연합

사립대 제외는 교육받을 권리 침해

헌법상 국민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의 보장과 사회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가는 학생의 능력과 재능에 부합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국·공립대학을 설치·운영할 책무가 있다. 이는 대학제도에 있어 국·공립대학이 원칙이고 사립대학은 교육의 다양성 보장을 위한 보완 내지 보충적일 것에 대한 헌법적 결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약 18%에 불과하고, 사립대학에 재학하는 대학생 비율이 82%에 이른다. 학생들은 국·공립대학의 양적 부족에 따라 국립대학 수용 능력의 한계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자발적 선택으로 사립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에 한하여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사립대학을 무상교육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민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립대학의 절대적 부족이라는 한국 고등교육의 상황구속에 의하여 사립대학을 무상교육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국립·사립 협력과 연대로 풀어가자
 
그러나 대학의 무상교육은 대량적·지속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무상교육의 대상이 되는 사립대학의 이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민주화될 것은 조세민주주의의 당연한 요청이다. 한국과 같이 사립학교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등교육환경에서 대학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학을 획기적으로 확충하지 않는 한 학교법인 이사회 구성이 공영형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헌법상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학교법인의 사립대학에 대한 경영책임을 국가가 인수하여 공적 부담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이 제안된 것이다. 이 점에서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확대 정책은 사립대학에 대한 일반적인 재정지원정책과는 구별된다. 결국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체제개편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에서의 대학무상교육의 실시는 지방대학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학 교수와 사립대학 교수가 협력과 연대로 공영형 사립대학이 포함된 권역별 대학연합방안의 추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을 제안한다.

김명연 상지대 교수·경찰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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