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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 선생님의 강의시간
나의 강의시간 - 선생님의 강의시간
  • 박영태 동의대 교수
  • 승인 2004.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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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 교수 (동의대·무역학과)

벌써 모교에 부임한지도 7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1985년에 입학하고 1989년에 졸업을 했으니, 거의 20년 가까이를 모교에서만 생활한 편이다. 당시에 은사님이셨던 나의 지도교수님께서는 지난 8월 말에 정년 퇴임을 하셨다.


20여년 전 지도교수님의 강의 시간을 연상해 보면 참도 열심히 강의를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출석과는 상관없이 항상 강의 노트에 강의 내용을 빽빽이 적어 오셔서 판서를 하시고, 제자인 나는 필기도 하지 않고 듣는 둥 마는 둥 별반 흥미 없이 수업에만 참관하는 불량 학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나의 강의시간은 과연 어떠한지. 물론 지금도 똑 같은 건물, 똑 같은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교수님의 강의시간과 비교해 보면 분명 차이점은 있는 것 같다.

첫째, 출석은 수업 시작 할 때만 부르며, 지각은 절대 체크를 해 주지 않는다. 이는 내가 대기업에서 근무를 할 때 1분, 1초의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둘째, 잡담은 금지 시키되, 끊임없이 질문을 유도한다. 주입식 교육시대는 이미 지났고 인터넷 등의 교육 매체를 통한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이 마당에 창조적 사고와 토론만이 21세기의 경쟁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셋째,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속사포 같이 쉼 없이 강의 내용을 쏟아내며, 주위를 집중시키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물론 지금도 나는 이것이 최선의 교육 방법 중의 하나라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정년 퇴임을 앞두신 지도교수님을 회고해 보면 나의 강의 스타일은 스승의 스타일보다는 절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단순히 젊고 패기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가르쳤다는 생각은 들지만, ‘왜 지도교수님과 같은 구수한 된장 맛은 우러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무슨 양념이 빠져 있길래 그럴까’ 하는 궁금함이 앞선다.

항상 여유가 있으신 느린 말씀과 어눌한 표현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분명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도교수님께서는 확실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자기만의 철학. 그것은 ‘오늘날의 무역학도들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방법론을 제시해 주실 수 있는 경륜을 가지고 계셨다는 의미이다.

물론 달변은 아니셨지만, 항상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배려하고 학생들을 위하는 모습을 가지고 계셨다. 또한 끊임없이 노력을 하시는 분이시기도 하셨다. 그 추운 겨울 방학 때에도 어김없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셨고, 늘 책상 위에는 책이 펼쳐져 있는 분이셨다. 그것도 전공과 관련된 전공서로만. 언제나 다음 학기의 강의를 준비 하셨고, 늘 매번 최신의 교재로만 강의를 하시는 모습을 보이시면서, 강의시간에는 어떠한 교재로 어떻게 강의를 해야 하는가를 몸소 실천하여 주시는 분이셨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무역학과에서는 무역학이라는 교과목의 특성상 현장 중심의 교육과 사례 중심의 교육이 병행돼야 하는 실무 교육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근래 강의시간의 풍경은 실무 중심, 이론 중심의 교육을 떠나 20여년 전의 강의시간과 하늘과 땅 차이가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와 진동벨 소리. 강의시간의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근자에 대학 교육의 기강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이다. 작금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지도교수님의 강의 스타일이 옳은 것일까, 아님 나의 강의 스타일이 옳은 것일까라는 고민에 빠져 본다. 그러나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 정년을 앞두신 지도교수님의 강의시간이 너무도 그리운 것은 왜일까.

 

이 순간 정년으로 떠나시는 나의 지도교수님께 한 가지만 약속을 드리고자 한다. “溫故以知新”. 이 마음으로 그 커다란 사랑의 마음을 나는 나의 강의시간에 나의 제자와 나의 후배들에게 전달할 것을 약속드린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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