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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을 추억함_②10원짜리 동전
사라지는 것들을 추억함_②10원짜리 동전
  • 조용구 시인
  • 승인 2004.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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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랍속에 간직해둘 구리빛 추억

내 책상서랍 한 귀퉁이에는 내 나이보다 두 살이나 많은 1966년생 10원 짜리 동전 하나가 보관돼 있다. 황동으로 다보탑이 새겨진 이 작은 동전을 볼 때마다 새삼 떠오르는 작은 추억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현재 쓰이는 가장 작은 화폐단위가 10원이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 코흘리개 시절 나에게 10원은 어린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였다.

대형 할인마트, 편의점 등으로 지금은 도시 어디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구멍가게. 당시 10원은 나에게 그곳을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 같은 것이었다. 구멍가게에서 10원 짜리 동전 하나를 건네면 의례히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5원이나 1원짜리를 거스름돈으로 받아 챙겨 차곡차곡 모을 수 있었다. 두 달 동안 그것을 모아 부친의 생일날 당시 80원인가 100원하던 파고다 담배를 사서 선물을 한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손때가 묻어 수많은 세월을 보내온 10원짜리 동전의 역사. 이 땅의 가난한 서민들에게 때론 희망을 안겨주는 씨앗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우리 현실은 이 동전을 너무 괄시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분리수거 쓰레기와 함께 내놓은 동전들’ 이란 제목의 기사였는데, 이제 이 동전들은 배부른 현대인에게 쓰레기 취급마저 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었다. 소주병과 깡통에 꾸러미로 쌓여 있는 동전은 합해서 모두 3천 원 가량이나 됐다고 한다.

물론 하루가 멀다 하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돈의 가치 또한 그대로일거란 생각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나 가정에서에서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고 배워서 알고 있다. 1원짜리 하나마저도 아껴가며 자식들을 키우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이제 할머니가 되셨거나 이미 저세상에서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 앞에 나는 문득 우울한 심정일 수밖에 없다. 10원 짜리 동전의 귀함을 모르고 자라는 내 아이에게는 이것을 보고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새삼 안타까운 심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내 기억 속에서 이제 동전은 사라져 가는 추억 같은 것 일지라도 그것의 존재는 아직도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매일이다시피 뉴스에서 대하는 로또 복권, 각종 정부예산 등 우리가 접하는 돈의 액수가 억 단위를 넘어 저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너도나도 억억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1원에서 출발해 모아진 오늘날의 풍요를 한번쯤 되새겨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볼 뿐이다.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라져 간 알루미늄에 무궁화가 새겨진 1원짜리 주화. 이제 이 동전의 형태는 박물관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황동으로 만든 5원 짜리동전도 물론 마찬가지 신세다. 지금은 10원과 백동으로 만들어진 100원 짜리 주화마저도 세상에서 언제 자취를 감출지 모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 내 서랍 한 귀퉁이에서 잠자고 있는 그 동전은 이제 나만의 기념주화로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다. 모아놓고 쓰지 않는 동전 때문에 유통이 되지 않아 정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작은 추억이 스며 있는 이 동전 하나는 영원히 나의 서랍 안에 나만의 기념주화로 모셔둘 생각이다. 이왕이면 ‘나의 출생년도와 같은 동전이면 더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문득 가져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조용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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