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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과학은 얼마나』| 홍성욱 지음 | 서울대출판부
화제의 책_『과학은 얼마나』| 홍성욱 지음 | 서울대출판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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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程度'에 대한 질문필요…세기적 논쟁 재정리

1970년대 후반 급격히 부상한 사회구성주의 과학사회학은 끊임없이 찬반양론에 휘말려 왔다. ‘과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이 주장은 1990년대 ‘과학전쟁’에선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다. ‘과학실험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과학은 얼마나 가치중립적인가’ 등을 둘러싼 과학자, 과학학자들 간의 논쟁은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저자인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는 과학계의 이 같은 이분론적 논쟁은 ‘과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방식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과학이 진리인가 아닌가’, ‘자연의 반영인가 사회적 구성인가’, '과학은 진보적인가 아닌가‘ 라는 식으로만 물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엔 ’그렇다‘ 혹은 ’아니다‘, 두 가지 외엔 다른 대안을 내기 힘들다. 이런 이분법적 질문들은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는커녕 ‘과학전쟁’을 일으켜 이질적인 문화들 사이에 갈등만 낳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인식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급선무라 말한다. 즉, ‘과학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과학은 얼마나’로 묻는 방식을 바꾸고 이에 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됐나’ 대신 ‘과학은 ’얼마나‘ 사회적으로 구성됐나’를,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대신 ‘과학은 ’얼마나‘ 가치중립적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1부에서는 ‘극단적인’ 사회구성주의 과학관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1980년대 피커링-갤러슨의 ‘쿼크’를 둘러싼 논쟁이나, 1996년 ‘소칼논쟁’등에 대해 저자는 ‘과학은 얼마나’라는 질문을 대입시킴으로써 중용적인 과학학의 입장을 찾아나가고 있다. 2부는 과학과 정치, 과학과 시민, 과학자의 창조성과 리더십 등 과학학의 이론적?실천적 논의를 담고 있다. 1부와 2부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위치하고 있다. 사실과 당위, 과학방법론, 과학자 사회, 과학과 사회의 관계라는 네 가지 중층적 차원에서 가치중립성의 문제를 고찰하는데, 1부의 철학적 논의에서 2부의 구체적인 논의로 넘어가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런 논의들은 결국 과학의 확실성을 부정하는 입장과 과학의 확실성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설파하던 입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회색지대’, ‘제 3의 지대’를 모색하는 중층적인 구도로 나아간다. 

이런 접근방법은 그간 ‘하이브리드 세상읽기’ 등에서 보여 왔던 저자의 오랜 관심사인 ‘잡종성(hybridity)'과 통하며, 최근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에서 정보기술의 무비판적 비판과 찬양을 극복하면서 기술의 열림과 닫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과학과 과학학 사이에 진정한 대화와 협력의 장이 열리길 바라는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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