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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대한계년사(1~10권)』| 정교 지음|소명출판사
화제의 책_『대한계년사(1~10권)』| 정교 지음|소명출판사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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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에 버금가는 대한제국의 기록 완역

황현의 ‘매천야록’과 더불어 구한말의 사회?정치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중 하나로 꼽히는 ‘大韓季年史’가 10권으로 완역돼 나왔다. 이 책은 1864년(고종 1년)부터 1910년 국권상실에 이르기까지 47년에 걸친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사서로, 편찬자인 정교(1856~1925)는 개항기라는 격동의 시대에 독립협회운동에 투신해, 애국계몽운동과 각종 결사활동을 하면서 이 기록을 남겼다. ‘대한계년사’는 지난 1957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국사료총서’ 중 2책으로 간행해 활자화함으로써 역사학도들에게 많이 활용돼 왔으나, 순 한문으로 돼 있고 문장이 어려워 쉽게 접근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사료 해석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어왔다. 이번의 번역본은 최근 사회과학 및 기타 인문학에서 역사학적 접근을 활발히 시도하는 연구 분위기에 활기를 더해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학문적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조광 고려대 교수를 필두로 해서 변주승 전주대 교수, 이철성 건양대 교수, 김우철 동해대 교수 등 소장 역사학자들이 1994년부터 읽고 토론해온 바탕 위에서, 지난 2000년 학술진흥재단의 ‘동서양학술명저 번역지원사업’에 지원채택 돼 4년의 집중적 작업 끝에 결실이 났다.

저자의 약력에서 드러나듯, ‘대한계년사’는 그간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이 일본의 조선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씌어진 것과 달리, 일제에 의한 근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 쓰여졌다는 점이 그 사료적 특징이다. 관보와 외교문서, 상소문, 신문 등 여러 자료가 인용돼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 궁 안팎의 사정이 얼마나 긴급하게 돌아갔는지 소상히 알 수 있으며, 독립협회활동에 대해서도 세부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47년의 기간 중에서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1894~1910년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관료였던 정교는 대내적으로는 조선말기 봉건주의적 모순과 관료들의 일제협력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과, 대외적으로는 서양 열강의 침입에 직면한 상황을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애국계몽운동 등의 활동을 통해 돌파하려 했던 정부 내 인사다. 민중들의 만민공동회 참여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지도부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서슴없이 비난하고 지도부의 자기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는 중 기록 중간중간에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는 이 책은 애국 계몽기 국권수호를 위해 노력한 초기 민족주의 사관의 입장을 잘 살필 수 있다. 있다. 독립협회 활동이 상세히 드러나는 것은 3권부터이며, 7권에선 러일전쟁과 을사조약을, 8권에선 고종 퇴위와 함께 거세지는 일본의 압박, 9권에는 ‘계년’이 가리키는 1908~1910년 조선 몰락의 주요 사건들이 담겼다.

지난 2000년부터 번역에 착수했던 멤버들은 ‘정확한 한문 독해’, ‘역사에 대한 구조적 이해’, ‘아름다운 한글구사’라는 세가지 원칙 아래 작업했다. 또한 단순히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원본과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문화맥락에 맞는 번역을 시도했다. 사실 이 책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제국기’에 대한 성격규명이 학제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국사학계에서 널리 활용돼온 이 자료가 다른 역사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경제사학자, 국문학자, 사회사학자 등의 눈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을지 주목을 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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