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匍越하는 주체들의 발견…'소내'와 '내면화'차이 모호
匍越하는 주체들의 발견…'소내'와 '내면화'차이 모호
  • 김수이 경희대
  • 승인 200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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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서평_'소외에서 소내로'(김진석, 개마고원 刊, 2004, 442)

김진석의 문학비평집 ‘소외에서 소내로’(개마고원 刊, 2004)는 철학적 사유의 깊이와 한국문단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초월에서 포월로’ 연작(총 3권)을 잇는 이 저작은 김진석의 독창적 개념이자 조어인 ‘匍越’과 상보적 쌍을 이루는 ‘疏內’의 실체를 문학비평을 통해 개진하고 있다. 창조적이고 전복적인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잘 알려진 김진석은 기존 철학의 핵심 개념인 ‘超越’과 ‘疎外’에 담긴 이분법적 배제의 논리를 비판하면서, ‘제자리에서 기면서 넘어가는 匍越’과 ‘안으로 성글어지면서 넓어지는 疏內’를 대안으로 내세워 왔다. 자생적인 철학의 부재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 현대철학의 현실에서 김진석은 문제적이고 생산적인 사유를 제시하는 드문 역할을 해 왔다. 

‘부정’의 이미지를 전복시킨 성찰이 돋보여

그런 김진석이 얼마 전부터 문학비평가로도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첫 성과인 ‘소외에서 소내로’는 시론, 소설론, 평론(정확히는 주제비평과 에세이)의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김진석이 주창하는 ‘소내’의 원리를 문학적으로 논증하는 데 집중된다. 김진석이 ‘소내’의 구체적 실상을 잘 보여주는 예로 택한 작가는 김기택, 이성복, 오규원, 정현종, 황지우 등의 시인과 김소진, 박경리, 박상륭, 최인석 등의 소설가이다. 한마디로 말해, ‘소내’는 존재와 사물이 무게와 부피는 줄이면서 안으로 표면적을 늘리는 과정을 뜻하는, 몸의 물리학적 법칙과 활동 속에 정신의 형이상학적인 활동을 통합시킨 개념이다. 이 점에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몸’을 정밀하게 탐구해온 김기택이 ‘소내’의 원리를 체화한 탁월한 예로 선택된 것은 자연스럽다. 또한 ‘소내’가 다른 곳이 아닌 현실의 (더러운) 자리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애비는 개흘레꾼이었다”고 선언한 김소진이 소설가 중 첫 번째로 호출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용택과 서정주가 서정적 초월주의와 탐미적 신비주의에 함몰된 작가로 혹평 받는 것도 충분히 예측할 만한 일이다.


김진석의 ‘소내의 존재론’에서는 그동안 부정적으로 여겨져 온 틈과 먼지, 푸석푸석한 표면과 쭈글쭈글한 주름 등이 긍정적인 덕목으로 변신한다. “모든 존재와 무의 경계를 안으로 넘어가”는 ‘소내’는 김진석에게 몸과 사물의 실존의 원리이자 세계와 우주의 지속의 원리로 채택된다. 이에 따라 김진석의 비평은 작품 속에서 소내하는 몸/사물/세계/우주의 경로를 추적하고, 그 무한한 과정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바쳐진다. 소외와 고통을 끌어안고 그 자리에서 안으로 넓어지면서(소내) 밖으로 넘어가는(포월) ‘소내의 주체’들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김진석의 문학비평의 핵심 작업인 것이다.   

‘소내의 비펑학’이 풀어야 할 과제들

독창적인 철학에 뿌리를 둔 김진석의 비평 작업은 서양 철학을 든든한(?) 배경으로 삼고 있는 우리 비평의 현실을 아프게 자성하게 한다. 문학 권력과 비평의 유착 관계를 지적하면서, “악평을 무릅쓰지 않는 비평의 후안무치. 악평을 쓰기 곤란하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325쪽)는 그의 호통 앞에서는 문단의 말석에 자리한 비평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 부끄러움을 바탕에 깔고, 김진석이 이번 비평집에서 보여준 실험정신과 창조적인 성과를 인정하면서 아쉬운 점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 싶다.

첫째는, 김진석이 가능한 합리적인 시각을 취하면서도 한국문학비평의 저간의 작업에 대해 다소 성급한 단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한 예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초월성의 관점으로 20세기 한국 시의 한 중요한 근원을 평가하는 척도로 삼은 것은 불행한 일이다”(273쪽)라는 결론을 들 수 있다. 한국 현대시사는 폭력적인 현대 역사에 대항해 오는 과정에서 ‘초월성’에 오히려 낮은 점수를 주어 왔다. 초월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평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우에도 역사와 현실에 대한 강박이 숨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반초월성’이라는 프리미엄의 혜택을 입은 시인들도 출현한바, 김진석이 고평하는 김수영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소내’라는 개념의 새로움과 문학적 적용에 대한 문제이다. ‘소내’는 문학계에서 사용되는 ‘내면화’라는 말과 유사하다. 내면화란, 존재가 세계를 내면에 흡수, 변주, 육화하는 과정과 결과 및 존재의 내면이 자생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그 과정은 끊임없는 동일화와 타자화, 화해와 분열로 점철된다. 김진석의 ‘소내’는 그 과정을 물리학적 개념을 동원해 과학적으로 설명해내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의 문학담론이 전혀 이야기하지 못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내’를 준거로 작품을 해석하다 보니 소내의 유무와 정도에 의해 문학작품의 평가가 결정되는 한계를 드러낸다. 낭만주의와 서정주의보다는 비판적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내장한 작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내’라는 개념이 역사?사회적 맥락과 미학적 범주를 포괄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 점이 김진석의 문학비평의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1970년대와 2000년대 문학에 나타난 ‘소내’는 각 시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 같은 시대에도 작가들 사이의 ‘소내의 미학’이 어떻게 다른지, 한 작가의 경우에도 초기와 후기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김진석의 ‘소내의 비평학’의 성공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김수이/경희대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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