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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시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고종시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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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적 발전론을 고수하려는 역사학계의 시도는 집요하다.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의 조선후기 농업경제 연구에서 시작된 내재적 발전론은 안병직 서울대 교수의 ‘식민지 근대화론’과 맞서며 성장해오다가, 최근 안 교수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영훈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 연구자들의 집중비판을 받으면서 그 위상이 심각히 위협받은 바 있다. 이태진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은 그런 내재적 발전론을 조선후기에서 ‘대한제국’ 시대로 옮겨와서 이어나가려는 야심찬 시도다. 대한제국에 대한 매우 파격적인 이 교수의 견해는 내재적 발전론자들을 중심으로 환대를 받았으며, 관련 후속 연구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제사를 전공한 김재호 교수의 이번 서평 및 재반론은 그런 국사학계의 환호에 냉정한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매우 꼼꼼하게 이태진 교수 논리가 갖는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한편, 9월초 출간될 ‘내일을 여는 역사’에서는 ‘대한제국 다시보기’를 특집으로 준비해 대한제국에 대한 명쾌한 역사학적 진단이 학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 4편의 글이 실리는데 ‘帝國民,대한제국, 대한제국 황제’(이윤희 서일대 교수), ‘대한제국국제와 황제중심의 정치체제’(도면회 대전대 교수), ‘대한제국 재정운영의 파행성과 경제정책의 문제점’(이윤상 창원대 교수), ‘대한제국은 어떻게 중립화를 실현하려 했나’(현광호 고려대 강사) 등이다. 기획을 담당한 이윤희 교수는 “대한제국 및 고종황제를 부각시키는 관점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말해왔다. 특히 이윤상 교수는 논문에서 이원적 재정구조 속에서 황실재정 팽창이 국가재정의 파행적 운영을 낳았다는 점, 상업잡세 등의 부활을 통해 독점적 경제질서를 구축해 자본의 이동과 투자를 방해했다는 점, 백동화 인플레이션과 문란한 통화정책 및 운영에서 파생된 문제점이 자주적 근대화를 이룩할 수 있는 기반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제국’은 시기적으로 볼 때 ‘자생적 근대화론’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김재호 교수를 비롯한 소장학자들의 냉정한 시각에 이태진 교수가 어떤 반론을 보내올지 주목된다. 대한제국은 ‘꺼져가는 조선의 마지막 숨결’이 아니라는 관련 학자들의 다른 기고글도 기대해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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